[사설] “반도체 경쟁력 근본 제고”…빠른 실행이 관건이다

입력 2024-10-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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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26조 원 지원패키지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송전 인프라, 전문 인력 양성 등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주력 수출품목이다. 경제 수장이 그 경쟁력을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틈만 나면 강조하는 반도체 진흥론이 과연 시장에 제대로 먹히는지는 밝은 눈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제 코스피에선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샀다는 것이 뉴스가 됐다. 무려 34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으니 눈길을 끈 것이다. 이 기간에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팔아 치운 총액은 근 13조 원이다. 이에 반해 어제 사들인 금액은 91억9200만 원이다. 조족지혈인 셈이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200원(3.94%) 올랐지만 ‘5만 전자’ 굴레를 벗지 못했다. 정부 진흥론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겠나.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경쟁은 국가 대항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은 수십조~수백조 원의 보조금을 뿌려댄다. 돈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국가 운명, 국민 후생과 복지를 좌우할 경쟁이란 점이 워낙 자명해서 다들 필사적인 것이다. 가까운 대만만 해도 우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경쟁 기업인 TSMC를 범국가적으로 민다. 그 효과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TSMC는 최근 뉴욕증시에서 사상 처음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의 3배다. 우리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이 과연 정부의 ‘무늬만 진흥론’ 앞에서 뭘 생각할지 궁금할 지경이다.

대만만이 아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비판하고 관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남들이 뭐라 하든 대놓고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반도체가 주요 표적이다. 중국도 희토류 등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에 대해 생산·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구촌 전체가 살얼음판이다.

가야 할 길은 뻔하다. 행정부, 입법부는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국제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반도체 유관 기술 대처도 시급하다. 인공지능(AI)이 대표적이다. AI는 반도체 실적을 양극화할 정도로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기업들이 AI 열풍에 안전하게 올라탈 수 있도록 법제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 여야는 28일 민생 분야 공통 공약과 과제를 추진하는 민생 공통공약 추진 협의회를 가동했다. AI·반도체,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자산시장 밸류업, 자영업자 지원 등 민생 우선 법안 심의·처리를 목표로 상시 운영된다고 한다.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반갑지만 뜸 들일 여유조차 없다는 점이 문제다.

AI 기본법처럼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안들은 협의할 시간조차 아깝다. 법제 불확실성 때문에 경영상 중대 결정을 미루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국회를 설득해 관련 법제를 보완하고 관련 산업의 애환을 보살펴야 한다. 말 잔치나 벌여도 좋을 계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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