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6대손에 승계 작업 착수…소수ㆍ남성에 몰아주는 전통 깬다

입력 2024-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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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1~3명 아닌 3명 이상 전망
처음으로 여성 멤버 포함될 듯
사업 규모ㆍ규제 복잡성 증가 배경

▲발렌베리 가문 5세대 대표 3인. 왼쪽부터 인베스터 회장인 야콥 대표, 은행인 SEB 회장을 맡고 있는 마커스, 아트라스콥코의 이사이면서 호텔 부문을 맡고 있는 피터. 출처 발렌베리 가문 홈페이지
▲발렌베리 가문 5세대 대표 3인. 왼쪽부터 인베스터 회장인 야콥 대표, 은행인 SEB 회장을 맡고 있는 마커스, 아트라스콥코의 이사이면서 호텔 부문을 맡고 있는 피터. 출처 발렌베리 가문 홈페이지

스웨덴의 명문 발렌베리 가문이 소수에 몰아주는 전통에서 탈피하는 방식으로 6대손 승계 작업에 착수했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발렌베리 가문은 유럽의 대표적 산업가 가문으로 다국적 통신 기업 에릭슨,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 세계적인 자동화ㆍ로봇 기업 ABB, 세계 최대 베어링 기업 SKF,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하이테크 전투기의 강자 사브, 산업공구의 마켓 리더 아트라스콥코, 북유럽 핵심 은행인 SEB, 스칸디나비아항공, 세계 2위 거래소 나스닥 등 시가총액 총 6600억 달러(약 913조 원) 규모 기업들이 산하에 있다.

단 재단을 통해 기업을 이끌며, 직접 경영에 참여하진 않는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발렌베리 재단이 전문경영인을 직접 선정하고 그 산하의 모든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안드레 발렌베리가 1856년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의 문을 열며 경제사에 본격 등장했다. 이후 168년간 6대째 가문의 부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삼성 이건희 선대 회장 타계 전 삼성의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주 언급돼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재단은 투자회사가 보유 중인 기업의 배당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가운데 80% 이상을 스웨덴의 과학ㆍ기술ㆍ의학 연구 분야 지원 등 공익활동에 쓰고 있다. 이 때문에 발렌베리 가문의 재단은 막대한 부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가문의 구성원들은 억만장자가 없다.

현재 5대손이 가문을 대표해 이끌고 있다. 인베스터 회장을 맡는 야콥(68), 대표 은행인 SEB 회장인 마커스(68), 그리고 아트라스콥코의 이사이면서 호텔 부문을 책임지는 피터(65) 등 3명이 이끄는 삼두 체제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ABB를 방문한 발렌베리 가문의 6대손들의 모습. 출처 발렌베리 가문 홈페이지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ABB를 방문한 발렌베리 가문의 6대손들의 모습. 출처 발렌베리 가문 홈페이지

발렌베리 가문은 12~45세의 차세대 30명 구성원에게 재단과 기업 이사회에서 '관찰자'(observer) 역할을 맡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야콥은 “우리가 하는 일은 미래를 대비하고 다음 세대가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정확히 어떻게 그리고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런 역할을 줌으로써 분명히 단계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커스는 “개인이 공감할 수 있는 책임을 일찍 줄수록 더 좋다”면서 “그들을 억누르고 싶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마커스는 “가문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리더십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와 그의 사촌들은 이에 대해 매우, 매우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1~5세대는 1~3명의 남성만 기업 이사회, 재단, 연구 프로젝트에 구성원을 파견했다.

하지만 야콥과 마커스는 6대손부터는 사업의 규모, 규제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책임을 더 광범위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3명 이상으로 승계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렸다.

마커스는 “가족이 참여하는 활동은 수년에 걸쳐 상당히 확대됐다”면서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것이고, 우리의 희망과 바람은 그들이 팀으로 일하기를 바라며, 이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발렌가문에 대해 다룬 다양한 저서들. 출처 발렌베리 가문 홈페이지
▲발렌가문에 대해 다룬 다양한 저서들. 출처 발렌베리 가문 홈페이지

더 나아가 6대손 가운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개인을 따로 골라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모든 관찰자 역할은 6대손이 관심 있는 것을 볼 수 있도록 순환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승계는 재벌 가문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사람이 늘어나면서 가문 승계가 더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특히 발렌베리 가문은 자신들이 회사를 직접 소유하지 않는 특이한 구조 덕분에 다른 가문들이 승계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돈’이라는 요소를 없앨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야콥은 “실패한 승계 사례를 보면 그것은 종종 돈에 관한 것 때문”이라며 “우리 가문의 경우에는 그것이 돈이나 회사의 자본에 관한 것이 될 수 없다. 왜나면 우리는 그것의 합법적인 소유자가 아니고 단지 그것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툴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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