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구]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에 가려진 비만약 모멘텀…실적 안정 언제쯤

입력 2024-10-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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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이후 비만약 관련 물질 데이터 발표 주목
다양한 파이프라인에도 지배구조 이슈에 ‘흔들’

(사진=한미약품)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 명가’라는 면모를 최근 비만치료제에서도 발휘하고 있다. 다만 신약 모멘텀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해 11월 초 미국비만학회에서 새로운 비만치료제 후보 물질을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1월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 6월 미국당뇨학회 등에서 비만치료제 관련 신물질 임상 데이터를 발표할지도 관심을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비만 치료 모든 주기에 걸친 ‘맞춤형 치료제’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H.O.P의 골자다. 처음 임상을 개시했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6월 미국당뇨학회에서 공개된 ‘HM15275’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잇는 혁신형 비만 치료제로 점찍고 개발 중이다.

비만약 외에도 파이프라인은 다양하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당뇨, 근골격계 등 여러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6개 품목 개량·복합신약들이 임상 1~3상 개발 단계에 진입해 있다. 국내 최초 저용량 고혈압 3제 복합제 ‘HCP1803’ 연구 결과는 6월 독일 베를린 유럽고혈압학회(ESH)에서 발표돼 이목을 끈 바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비만 테마주가 아니라 실제 비만 치료제로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라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삼중작용제인 HM15275는 내년 4월 미국 임상 1상이 종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 장남 임종윤 이사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 측은 경영권을 두고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당장 한미약품 모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11월 28일, 한미약품은 12월 19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관련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는 5대 4 구도로 임종윤·종훈 형제가 우위에 있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확대하고 임 부회장과 신 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논의된다. 한미약품 주총에서는 한미사이언스가 박재현 대표와 기타 비상무이사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 등이 상정된다.

10개월여간 이어진 오너 일가 경영권 다툼에 최근 한미약품은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경영권 갈등 흐름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던 한미약품 주가는 연초 이후 6.95% 빠진 상태다. 같은 기간 유한양행(118.46%), 대웅제약(31.51%), 녹십자(29.88%) 등 국내 주요 제약사가 낸 성적과 대조적이다.

2분기 견조한 실적을 낸 것과 달리 3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연결 기준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3755억 원, 영업이익 522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99% 늘고 9.22% 감소한 수치다. 한미약품은 2020년 8월 미국 머크에 지방간염치료제(MASH)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이후 기술이전 사례가 없는 상황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이 연내 종식되고 2025년 파이프라인 성과 등이 나타나면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속되는 경영권 갈등 속 연구개발(R&D) 성과마저 나타나지 않으면 실적으로 평가받는 중소제약사 밸류에이션에 수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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