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튀긴 면 맛보러 달려왔죠”...라면마니아 구미 당긴 ‘구미라면축제’[가보니]

입력 2024-11-02 12:00 수정 2024-11-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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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도시’로 발돋움하는 구미 대표 지역 축제

농심 후원으로 올해 3회째...올해 12만 명 찾을 듯
라면 가방 꾸미기부터 나만의 라면 만들기 가능
조나단-파트리샤 남매, 라면 토크쇼에 웃음바다
갓 튀긴 농심 라면 제작소, 빗속에도 긴 대기 줄
김장호 시장 “국제적인 면축제로 키우고파”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 입구. (사진=연희진 기자)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 입구. (사진=연희진 기자)

부슬비가 내리는 1일 오후 2시 구미역 앞. 투명한 비닐 가방에 라면을 가득 담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이들이 온 곳을 거슬러가 보니 ‘2024 구미라면축제’의 개최를 알리는 커다란 빨간 부스가 있었다. 축제를 후원하는 농심의 대표 브랜드 ‘신라면’이 사람들을 반겼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우산을 들고 행사장을 찾았다. 비가 와서 축제 분위기가 안 나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K-라면 즐기러 온 이들의 표정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을 콘셉트로 열린 올해 구미라면축제는 최근 지역축제 활성화 분위기를 제대로 탄 것으로 보였다. 전 국민이 좋아하는 라면을 테마로 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부스를 가득 채웠다. 윤성진 구미라면축제 총괄기획단장은 “구미라면축제의 목적은 구미가 라면의 도시라는 것을 알려 일 년 내내 라면 마니아들이 구미를 찾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의 구미라면공작소. (사진=연희진 기자)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의 구미라면공작소. (사진=연희진 기자)

구미라면공작소는 젊은 여성 방문객이 많은 부스였다. 스프, 토핑을 선택해 취향에 맞는 라면을 만들고, 패키지 꾸민 후 줄을 달아 ‘라면 가방’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 MZ세대 유행인 ‘가꾸(가방 꾸미기)’ 문화를 제대로 반영했다. 스프는 매운맛, 쇠고기맛, 해물맛, 카레맛 중 고를 수 있다. 토핑은 건파, 계란후레이크, 압축표고, 너구리어묵 등 16종 중 골라 담아 밀봉한다. 투명한 패키지에는 여러 색의 유성 매직으로 그림을 그려 ‘나만의 라면’을 완성한다. 남자친구의 그림 솜씨를 놀리던 백수지(25) 씨는 “매일 비슷한 데이트를 하다가 축제에 오니까 같이 즐길 게 많아 좋다”며 밝게 웃었다.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 방송인 조나단과 파트리샤가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 방송인 조나단과 파트리샤가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나만의 라면 가방을 만들고 나니, 높은 톤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렸다. 인기 방송인 ‘조나단과 파트리샤 남매’가 라면을 직접 끓이며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몰려 조나단과 파트리샤의 라면 끓이기에 잔소리를 더했고, 남매는 재치 있는 대답으로 응수해 현장은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 조나단과 파트리샤는 토크쇼 이후에도 다른 부스를 방문하며 인사하는 등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 라면 레스토랑 부스. (사진=연희진 기자)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 라면 레스토랑 부스. (사진=연희진 기자)

가장 북적인 곳은 역시 라면 메뉴를 선보이는 ‘라면 레스토랑’이었다. 24개의 부스가 저마다 특색 있는 라면 메뉴를 판매한다. 구미 대표 맛집과 전국 이색 맛집 등이 설치됐다. 축제가 끝난 후 최우수 점포, 우수 점포, 베스트셀러 등에 선정된 업소는 ‘구미 라면 맛집’ 인증 현판을 받는다. 구미시는 이들 업소를 구미 대표 앵커스토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부스를 낸 우정우 씨는 “시원하고 칼칼한 해물라면입니다”라며 큰 소리로 메뉴 홍보를 하고 있었다. 우 씨는 구미 송정동에서 고깃집을 하는데 ‘삼보라면’이 인기가 좋아 해물을 곁들여 ‘삼보해물라면’으로 축제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스프를 직접 만들어 기존 라면과는 또 다른 맛”이라며 “3시간 동안 200그릇 가까이 팔았다”고 말했다.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삼보해물라면을 주문한 뒤 축제 중심부에 마련된 취식 공간으로 향했다. 960명가량이 앉을 수 있게 넓게 마련된 이 공간은 다회용기에 담아 나온 라면을 먹는 사람들로 속속 채워졌다. 윤 단장은 “친환경 축제 진행을 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쓰레기 분리수거존을 설치했다”며 “현수막과 라면 봉지 재활용, 지속가능성 감독제 도입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딸과 함께 축제에 왔다는 이종회(63) 씨는 ‘치즈 돈가스 라볶이’를 주문했다. 이 씨는 “돈가스가 바삭하고 라면이랑 같이 먹으니까 맛있다”며 “가격도 별로 안 비싸다”고 평가했다. 라면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은 대개 5000원에서 9000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아시아면 부스에서는 7000인분의 무료 시식도 진행한다.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 농심의 갓 튀긴 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 농심의 갓 튀긴 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라면 레스토랑만큼 길게 줄이 선 곳은 ‘갓 튀긴 농심 라면 판매소’였다. 구미라면축제는 농심의 후원으로 열려, 모든 부스에서 농심의 라면으로 메뉴를 만든다. 구미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에서 ‘갓 튀긴 라면’을 공급하고 따로 판매도 한다. 신라면 한 박스를 들고나온 정기현(33) 씨는 “바로 나온 음식 맛이 최고인 것처럼 갓 튀긴 라면도 맛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1990년 설립된 농심 구미공장은 하루 665만 식의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지역 경제효과는 연간 4500억 원에 이른다. 구미시 경제 활성화에 뜻을 모은 농심은 라면축제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날 축제를 찾은 방문객이 부스에서 먹거나 구매한 라면은 모두 당일 새벽 농심 구미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구미라면축제는 작년 축제에는 구미 인구의 4분의 1 수준인 9만 명이 방문했다. 이 가운데 36%가 다른 지역 방문객이었다. 축제 기간 소비금액 상승률(전후 1주 대비)은 17%로 지역경제 활성화 목표에 맞는 성과를 냈다.

올해 축제의 예상 방문객 수는 12만 명으로, 구미시는 하루 약 10만 개의 라면이 팔릴 것으로 추정했다.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는 전국에서 온 라면마니아의 입맛을 돋울 예정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농심 신라면의 국내 생산량 70% 정도를 구미공장에서 생산한다. 구미가 산업화의 근본이 되는 도시인데 산업화와 함께 가장 애정 어린 음식이 라면이라고 생각해 농심과 함께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며 “라면축제가 일본 대만 베트남 등에서 왔는데, 앞으로 구미라면축제가 국제적인 면축제로 발전했으면 하는 꿈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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