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금투세’ 결론 반갑지만 더 할 일 많다

입력 2024-1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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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4일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고 했다. 실용적 잣대를 들이대며 결론을 낸 것이다. 이른바 ‘먹사니즘’을 앞세운 외연 확장 행보의 연장선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시장 가치를 대변하는 지표가 있다. 종합주가지수(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를 뜻하는 코스피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는 ‘박스피’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코스피가 박스에 갇혀 있다는 자조적인 수사다.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세법 개정을 통해 신설돼 곧 시행될 예정이던 금투세 논란이 대표적 악재가 됐던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오늘 결론으로 금투세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반갑다면 반가운 일이다. 오늘 보합권에서 출발했던 코스피도 전 거래일보다 46.1포인트(1.83%) 오른 2588.97의 종가를 기록했다. 금투세 결론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우리 자본시장이 갈 길은 아직 멀다.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2008년 금융 위기로 전 세계 자본시장이 출렁거렸지만 그래도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은 지금까지 16년 동안 6배 넘게 상승했다. 반면 2010년 2000대를 찍은 코스피는 여태껏 제자리걸음이다. 그야말로 박스피다.

산업과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과 정부의 규제·개입 본능이 더 크게 작용했다. 금투세만 해도 그렇다. 1500만 개미 투자자들의 속 타는 심정만 생각해도 이렇게 질질 끌 문제가 아니지 않았나. 더욱이 국민의힘과 정부가 민생 차원에서 금투세 폐지를 적극 추진했는데도 민주당은 극렬히 반대했다. 다시 유예를 주장하는가 하면 면세 한도 상향, 손실 이월공제 기간 확대 등 보완 입법까지 하면서 버텼다.

그래서 이번 결론에 박수만 보내기가 어렵다. 이미 입은 손실은 누가 어찌 보상하나.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30일 기준 49조5973억 원으로 1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탈 자금은 해외로 몰리고 있다. 금투세 답안이 뒤늦게 나왔다고 해서 투자 심리가 원상회복될지 알 길이 없다.

정치권과 정부가 시장경제 활성화를 바란다면 금투세 폐지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심할 국면이다. 기업 밸류업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엉뚱한 상법 개정 추진부터 전면 재검토할 일이다. 각종 소송 남발로 기업 가치를 깎아내리는 자해적 정책이 무슨 도움이 되겠나. 세계 최악인 약탈적 상속·증여세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초당적 노동개혁도 시급하다.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팀이 한국경제학회 학술지에 낸 ‘노동시장 경직성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미친 영향 분석’에 따르면 강성 노조가 근육 자랑을 일삼는 노동 관행하에선 우수 기업의 해외 탈출 러시를 막을 수 없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금투세 같은 엉뚱한 문제를 놓고 힘을 빼고 땀을 쏟는 것이 우리 정치 수준이다. 혀를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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