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출신 방송인 조세호의 성대한 결혼식이 여전히 화제를 빚고 있습니다.
조세호는 지난달 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9세 연하 비연예인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올해 1월 열애 소식을 전한 지 1년여 만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건데요. 주례는 선배 코미디언 전유성, 사회는 절친한 남창희가 맡았죠. 가수 김범수와 태양, 거미는 축가를 불렀고, 배우 이동욱은 축사를 낭독했습니다.
조세호가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마당발인 만큼, 결혼식엔 수많은 하객이 참석했습니다. 동료 코미디언들부터 가수, 배우 등 가요·방송·영화계를 총망라하는 하객들이 참석해 시상식인지 결혼식인지 헷갈릴 정도였는데요. 800여 명이 자리를 빛냈다고 합니다.
조세호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공개 결혼식 같은 경우에는 오시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는데, 우리는 비공개다 보니까 자리를 하나하나 배치했다"며 "800분 넘게 오시기 때문에 그분들 명단을 뽑아서 가족들 정리하고 프로그램별로도 정리하고 코미디언 선배들 모으는 데 3일 걸렸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죠.
결혼식으로부터 보름이 넘게 지났지만, 방송가에서는 조세호 결혼식이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동료 연예인들을 통해 후일담이 줄줄이 공개되고 있는 겁니다. 조세호의 유행어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의 주인공(?) 배우 안재욱이 결혼식에 참석했다는 등 대중의 웃음을 자아낸 이야기도 숱했지만, 의문을 안긴 말도 나왔습니다. 결혼식 축의금, 그리고 '하객룩'에 대한 지적이었는데요. 사실 이는 조세호의 결혼식에서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논란의 단골 주제입니다.
먼저 축의금 관련 논쟁엔 가수 김종국이 불을 지폈습니다.
3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는 출연진이 조세호의 결혼식에 대한 뒷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전파를 탔습니다.
이날 김종국은 "옆에 조나단을 앉혀두고 되게 말을 많이 하더라"는 유재석의 말에 "(조나단이) 축의금 얼마 하지도 않고 겁나 X먹더라"고 지적했는데요. 또 그는 "조나단 축의금 얼마인지 알아? 물어봤어?"라는 지석진의 질문에 "그건 말할 수 없다. 나단이가 비밀로 하라고 했다"고도 부연했죠.
당시 출연진은 이를 농담으로 웃어넘겼는데요.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일단 조나단은 2000년생으로 사회초년생에 불과한 나이인 데다가, 무엇보다 타인의 결혼식과 관련해 축의금 액수를 지적하는 게 부적절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네티즌들은 "조나단 아직 대학생인데", "왜 먹는 거로 뭐라 하는지 내가 다 속상하다", "농담인 건 알지만 결혼식 식대가 먹는 양대로 청구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등의 의견을 냈죠.
축의금 액수에 대한 논쟁은 하객들 사이 벌어지는 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결혼식 성수기인 5월에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느 정도의 축의금이 적절한지에 관한 질문 글이 줄지어 올라옵니다. 축의금 액수로 지인과 갈등을 빚었다는 사연들도 숱한데요. 이 같은 일화의 진위와는 상관없이, 네티즌들은 수십~수백 개의 댓글을 달며 뜨거운 토론을 벌이곤 하죠. 축의금에 법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계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도 있기에 액수를 둔 하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고물가도 고민을 더합니다. 웨딩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부분의 결혼식당 식대는 7만~8만 원에 형성돼 있습니다.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남 지역에선 8만~9만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결혼식 수요가 급감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종결과 함께 웨딩업계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와 웨딩홀 대여, 식대 등 비용을 일제히 올린 바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결혼식장 식대를 보면 지난해 6만2000원이었는데 올해는 8만3000원으로 33.9%나 올랐죠. 이에 하객들 사이에서는 '5만 원 낼 거면 결혼식에 가지 말아야 하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평균 축의금 액수는 어떻게 될까요? 5일 카카오페이가 축의금 송금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축의금 비용은 9월 기준 9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1년 평균 축의금 7만3000원보다 약 23% 증가한 수치인데요. 평균 축의금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입니다. 2022년엔 8만 원, 지난해엔 8만3000원이었습니다. 이를 인플레이션에 빗댄 '축의금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연령별로 보면 20대 평균 축의금은 약 6만 원, 30‧40대는 약 10만 원, 50‧60대는 약 12만 원으로 나타났는데요. 사회 초년생인 20대는 상대적으로 축의금을 적게 내고, 사회생활을 할수록 금액이 커지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결혼식 축의금, 얼마가 적당할까요?' 주제의 투표에서는 응답자 58%가 '10만 원'을 적정 축의금으로 골랐습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10만 원을 가장 선호했고, 40대는 5만 원을, 30대는 10만 원 초과를 가장 많이 선택했죠. 1일에서 3일까지 3일간 진행된 이번 투표엔 총 7만4652명이 참여했습니다.
또 다른 단골 논쟁 주제는 '하객룩'입니다.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의 가족, 친구, 동료 등 각종 지인이 총출동하는 자리인 만큼 하객도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는 게 보편적인 예의로 통합니다. 슬리퍼나 트레이닝복처럼 너무나도 편한 차림새, 노출이 심한 옷은 지양하고, 신부가 입는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같은 색상의 옷도 피하곤 하죠.
여기에 최근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하는 '올블랙룩'도 피하는 추세인데요. 통상 검은색은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는 색깔이지만 축하의 자리엔 어울리지 않는 칙칙한 색깔이라는 겁니다.
코미디언 박명수는 조세호의 결혼식에 후드티를 입었다가 논란이 됐는데요. 그는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선배니까 양복을 입고 가려고 했다"며 "근데 차가 너무 막혔다. 매니저 없이 혼자 가서 바이크를 타고 갔는데 양복 입고 바이크를 타긴 그래서 평범하게 입고 갔다. 정장 많지만 평범하게 갔다. 주인공은 따로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죠.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도 지난달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의문의 회초리질(?)을 당했습니다. 당시 그는 흰색 셔츠 위에 검은색 반팔 니트를 매치했고, 검은색 가방과 구두로 모던한 룩을 완성했는데요.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이 X(옛 트위터) 등에 올라오면서 일부 해외 팬들은 '한국의 결혼식 문화'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제니가 입은 옷이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에 어울린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온 겁니다.
이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반응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이 파스텔 톤 등 밝은 색상의 드레스나 큰 패턴의 드레스를 즐겨 입습니다. 팔이나 다리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옷도 즐거운 파티 분위기에 어울리는 의상일 뿐이죠. 전통 의상을 입는 인도의 결혼식에서는 신부와 겹치지 않는 색상의 의상을 택하는 게 보편적이지만, 겹치지만 않는다면 휘황찬란한 금색부터 정열의 빨간색까지 다양한 색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신부가 붉은색의 전통 의상을 입는 중국에서는 장례식과 연관된 검은색을 피하고, 파스텔 톤이나 남색 등의 의상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깔끔한 재킷과 슬랙스, 트위드 셋업(세트업), 무릎 정도 기장의 원피스 등이 대표적인 하객룩으로 통하는데요. 격식은 차리되 과하지 않은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여기에 제격인 색깔은 바로 검은색이었죠. 단정하면서도 신부를 돋보이게 할 수 있고, 다른 색깔과 매치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같은 기준을 벗어난 하객룩은 구설까지 빚을 수도 있습니다. 배우 이유비는 동생 이다인의 결혼식에 화사한 분홍색 셋업을 입었다가 '민폐 하객'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심지어는 "동생을 먹이려고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죠. 이유비는 한 방송을 통해 "동생이 직접 골라준 옷"이라고 해명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룹 EXID의 멤버이자 배우인 하니는 검은색 맨투맨에 베이지색 바지, 운동화를 착용하고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민폐 하객' 비난을 받았습니다. 지나치게 편안한 복장이었다는 건데요. 하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댓글로 "최대한 꾸민 건데…"라는 답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죠.
축의금을 너무 많이 내면 '관계에 맞지 않는 부담스러운 액수'라는 말이 나오고, 너무 적게 내면 '짠돌이'라는 비난이 이어집니다. 또 옷을 너무 화려하게 입으면 '관종(관심종자)'이라는 욕을 듣고, 편안한 옷차림을 선보이면 '신랑·신부 창피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죠.
'민폐 하객' 비난을 듣기 십상이라는 건데요. 이 같은 논란은 결국 과도한 '눈치 보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타인의 의상, 심지어 축의금 액수를 신경 쓰며 개인의 기준치에 못 미칠 경우 '비정상'으로 낙인을 찍는 분위기가 확산한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결국 축의금도, 하객룩도 형식이 아닌 '진짜 의미'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것 아닐까요? 결혼식은 부부의 연을 맺음을 주변에 전하고, 또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 관계자는 "축의금 논쟁은 경제적 부담 및 인간관계에 대한 개념 변화 같은 이유도 있지만, 본질적인 건 시간을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를 축하해주는 것에 있다"고 짚었는데요. 이어 "서로 금액을 우선시 생각하기보다는 성의에 초점을 둘 것을 염두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