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업무능력 평가 긍정적
정책 입안자들 종합적 접근 필요
2013년, 60세 정년연장 논의가 시작된 이후 10년이 지나자 또 다시 65세 정년연장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전국의 민간기업 정규직 근로자(만 25세~54세 남녀)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때의 설문조사 결과는 이미 정년을 앞둔 위기의식과 함께 우리 앞에 산적한 과제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건만,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제자리걸음인 채 똑같은 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는 우리네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10년 전에도 근로자들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나이는 평균 54.0세지만, 인생에서 일하고 싶은 나이는 평균 66.6세로, 현실과 기대 사이에 12.6년이란 간극이 놓여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60세 정년 의무화법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93.6%가 찬성을 표했다. 찬성이유로는 “과거보다 길어진 수명을 고려해야 하므로”가 76.1%로 가장 높았고, “일하기에 충분히 건강하므로”(59.0%), “가족부양 책임을 져야 하므로(54.1%)”가 뒤를 이었다.
중장년층의 업무태도 및 업무능력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타났음 또한 정년연장을 향한 청신호로서 주목할 만했다. 중장년층이 청년층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항목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와 ‘대체로 동의한다’는 응답율을 보면, 직장충성도(81.0%), 리더십(70.6%), 업무지식 및 기술(68.1%), 성실성 및 책임감(64.3%)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반면 직무수행능력이나 업무생산성, 근로의욕에 대해서는 중장년층과 청년층 사이 세대 격차가 없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일정 연령이 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약 1/3만 동의를 표하고 있어, 중장년층의 생산성 저하를 우려함은 고정관념에 가까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정년연장 시대를 맞아 기업이 대비해야 할 프로그램으로는 ‘교육 및 재교육 프로그램(은퇴, 창업, 직업훈련 등), 시간제 및 유연근무제 도입, 고령자 적합 직종 개발, 고령친화적 조직문화 조성(호칭변경, 일하는 방식 개선 등), 임금피크제 도입 등이 꼽혔다.
특별히 포커스그룹 인터뷰에서는 임금피크제야말로 정년연장을 위해 조직구성원이 감내해야 할 고통분담이기에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임금피크제를 동반해야 기업의 인건비 등 부대비용 부담이 줄어 정년연장의 실효성이 확보되는 만큼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는 함께 가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중장년층의 경우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덜 받게 되더라도 직장을 떠난다면 그 정도 돈을 벌기도 어려운 현실이므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다. 다만 근로자들은 정년 후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가 가장 고민인데, 정작 ‘어떻게 고민해야 될지’부터 막막한 것으로 나타나 다양한 종류의 상담 및 교육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1990년대 초반 유럽에서는 고령사회의 성공적 적응 모델로서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계발하자는데 방점을 찍은 “생산적 고령화(productive ageing)” 개념이 제안된 바 있다. 이후 21세기 들어서면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활동적 고령화”(active ageing) 개념으로 활동 반경을 확대했다. 활동적 고령화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개개인의 삶의 질 높이기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연금, 고용, 의료보험 및 건강, 사회적 돌봄, 시민권 전 영역에서 적극적이고 포용적인 고용친화정책을 수립해야 함을 주창하고 있다. 한 마디로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모든 근로자들이 고용상태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들의 종합적이고도 다차원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추계는 이미 20년 후 30년 후를 내다보고 있는데, 정년연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는 뒤로 한 채, 숫자에 매몰되어 신경전을 벌이는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고, 윈윈할 수 있는 협상 대신 목소리 큰 사람이 무조건 이긴다고 믿는 구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