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6~10월)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4.4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등락률(-3.05%)을 밑도는 성과다.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유한양행으로, 이 기간 101.60% 상승했다. 8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해서다. 렉라자가 FDA 승인을 받은 첫 국산 항암제라는 점도 투자심리를 더욱 키우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유한양행을 제외한 모든 순매수 상위 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한미반도체로, 이 기간 43.10% 하락했다. 국내 반도체 관련주가 조정을 겪으면서 1분기 급등세를 이어갔던 한미반도체도 하락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현대차증권이 한미반도체 목표주가를 기존 30만 원에서 17만 원으로 하향 조정을 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올해 1~5월에만 162% 넘게 급등했다.
이외 삼성전자(-19.46%)와 기아(-21.92%), 현대차(-15.02%) 등 시가총액 상위주마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동학개미 주식 성적표는 비교적 부진한 성과를 냈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동학개미보다 소폭 나은 성과를 냈다. 이날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10월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87%를 기록했다. 10종목 중 8종목이 플러스 수익을 기록하며 수익률이 비교적 선방한 상태다.
이 기간 47% 가까이 급락한 ‘일드맥스 코인 옵션 인컴 스트래티지 ETF’(티커명 CONY)와 38% 넘게 떨어진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를 제외하면 8종목 평균 수익률은 7%다. CONY는 코인베이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고, SOXL은 ICE 반도체지수가 상승할 때 3배 수익을 얻는 ETF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3대 대표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8%, 7.53% 상승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10개 중 9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동학개미 순매수 상위 포트폴리오와는 대조적인 성과기도 하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 중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로 22.73% 상승했다. 이외에도 △슈왑 US 디비던드 에쿼티 ETF(SCHD)(8.38%) △SPDR S&P500 트러스트 ETF(SPY)(7.74%) △뱅가드 S&P500 ETF(VOO)(7.73%) 등 순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미국 주요 지수가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순매수 상위 종목들도 대체로 플러스 수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연말 국내 증시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 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산타랠리를 기대한 개미들이 미국 증시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9월부터 이달까지 900억 달러를 넘긴 채 유지 중으로, 1000억 달러 돌파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선호 투자 대상은 경제 체력이 뒷받침되면서 피봇 국면에 접어든 증시로 미국 증시가 대표적”이라며 “차선호 투자 대상은 경제 체력이 뒷받침되거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국면에 접어든 증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 증시도 피벗 국면에 접어든 투자처 중 하나로 꼽으며 차선호 책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