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는 잘 볼 수 없지만 형사사건에서는 선처를 바라는 각양각색의 탄원서, 호소문, 반성문 등이 있다. 선처를 원하는 글뿐 아니라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부당함을 알리는 수단으로 다양한 서면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 피고인은 ‘마약이 왜 불법이고, 왜 판사가 그걸 판단하느냐’며 따져 물었다고 한다. 마약사범 처벌 관리 방식을 지적하거나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했고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음란물 유포범이 구속되자, 유포범의 친구는 ‘작금의 시대에 선진국들이 하지 않는 음란물 유포를 규제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는 내용으로 탄원서를 작성한 사례도 있다.
새해나 크리스마스에는 카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피고인도 있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사회화와 비범죄성 성향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
반면 어느 피고인은 억울함과 부당함을 쏟아내다 못해 자신을 기소한 검사의 정신상태를 확인하라며 재판부에 ‘검사 정신감정 신청서’를 제출한 적도 있었다.
이전에는 구치소에서 글을 잘 쓰는 재소자들이 반성문을 대신 써주고 영치금 등 물건을 받았다고 한다. 한 재소자는 종교 잡지나 책에 나오는 내용을 잘 편집해 반성의 마음을 담아내면 명문이 완성된다고 했다.
최근에는 반성문 대필업체가 성행하고, 여기에 현직 변호사들도 반성문 한 장당 5만~10만 원을 받아 징계 논란으로 번지기도 한다. 남이 써준 반성문은 분명 티가 나지만, 진심을 담은 글들은 판사의 마음에 가닿기도 한다.
한 피고인은 사구체신염을 앓는 자녀들에 대한 걱정을 담아 출소 후 든든한 아빠가 되겠다는 염원을 반성문으로 냈다. 판사는 공판에서 자녀들의 신장과 콩팥의 상태를 자세히 물어봤다고 한다.
이후 판사는 선고기일에서 어린 자녀를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당부하며 어렵게 집행유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고, 눈물을 흘리던 피고인은 판사의 말을 듣고 눈물의 다짐을 할 수 있었다.
한 마약사범의 노모는 매일같이 아들의 탄원서를 판사에게 보냈다고 한다. 변론이 끝날 무렵 판사는 노모를 불러세워 ‘탄원서 잘 보고 있으니 꼭 지켜봐 달라’고 당부한 일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현재 ‘마약퇴치 강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는 “물론 형사사건의 판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지만, 각양각색의 글들은 법정에서 서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진정 어린 반성과 다짐은 선처를 끌어내기도 하고 피고인 스스로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