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중국 공급 중단
TSMC “애리조나 공장 650억 달러 투자 변함없이 진행” 강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중국에 대한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의 첨단 인공지능(AI) 칩 출하를 중단한다. 이와 함께 정권 변화와 상관 없이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TSMC에 AI에 자주 사용되는 첨단 칩의 대중국 출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 상무부가 TSMC에 공문을 보내 중국으로 수출되는 7나노 이하 공정이 적용된 첨단 칩에 대해 수출 제한을 부과했다”며 “해당 제품들은 AI 가속기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중국 고객사들에 11일부터 7나노 이하 반도체 출하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TSMC는 앞으로 해당 최첨단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이 관여하는 승인 절차를 받게 될 것이라고도 알렸다.
FT는 “추가적인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예상됨에 따라 TSMC는 미리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을 앞둔 만큼 TSMC는 자사가 신뢰할 수 없거나, 비협조적인 회사로 지목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로이터 보도를 살펴보면 TSMC가 트럼프의 눈치를 봤다기 보다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첨단 AI 가속기 ‘어센드 910B’에 TSMC가 만든 칩이 탑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은 현재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산 기술을 사용하는 전 세계 칩 제조업체에 최첨단 AI 칩 수출을 광범위하게 제재하고 있으며, 자국 기업인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도 제한하고 있다.
TSMC의 이번 조치에 따라 AI 클라우드용 반도체 설계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은 중국 알리바바와 바이두와 같은 중국 기술 대기업은 물론 중국 AI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해지게 된다고 FT는 전했다.
TSMC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트럼프를 위한 쇼가 아니라, 회사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회사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TSMC의 지난달 매출은 29.2% 증가한 3140대만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TSMC를 특정해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쳐 갔다”고 저격했다. 또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며 우리 정부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아놓고 생산을 본국으로 옮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TSMC는 별도의 이메일 성명에서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650억 달러(약 91조 원) 투자는 앞으로도 변함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