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기대감 걷어내니...高환율·관세에 기업들 ‘벌벌’

입력 2024-11-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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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6일(현지시간)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AFP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6일(현지시간)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AFP연합뉴스

트럼프 시대가 다가오며 글로벌 증시는 환호 중이다. 특히 미국 중심 재편과 규제 완화 등의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 증시는 안갯속을 기대감보다는 ‘우려’가 지배 중이다.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관세라는 이중 악재를 마주해야 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안 그래도 3분기 중국발 수출 단가가 떨어져 우울한 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은 다가올 미·중 무역 분쟁 전망에 노심초사 중이다. 수출 모멘텀은 떨어지고, 주력 산업 부진은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책 현실성을 따지는 니즈가 높아지며, 경기 둔화 우려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뉴욕증시는 한때 다우존스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만4000대를 돌파했다. S&P500지수는 6000선을 넘었으며, 나스닥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도 최초로 8만 달러를 돌파했다. 월가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친기업적인 정책, 감세, 규제 완화 등이 월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그러나 이른바 트럼프 발 훈풍이 국내엔 닿지 못하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근방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코스피·코스닥 시장 모두 오히려 하락세다.

시장은 트럼프가 가져올 강달러 현상에 주목하는 중이다. 공약대로 관세 정책 등이 실행된다면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고, 강달러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트럼프의 보편 관세는 현실화 단계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특성상 이는 치명타다. 트럼프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 등 동맹국에도 최대 2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중국 과잉생산 우려와 한국 수출 단가 (출처=신한투자증권)
▲중국 과잉생산 우려와 한국 수출 단가 (출처=신한투자증권)

현재 한국은 역대급 대미 흑자를 기록 중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444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9월 흑자액도 이미 399억 달러에 달해 연간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그러나 기업들은 안갯속에 들어간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역대급 대미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수출액 증가 폭은 뚜렷한 내리막길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은 전년 동월 대비 13.5% 상승했지만 8월 11.0%, 9월은 7.5% 상승하면서 점차 수출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다.

한때 무역 파트너였던 중국의 경상수지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최근 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 생산을 확대했지만 부진한 내수 탓에 저가 수출을 늘리면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봤다. 수출단가도 7월부터 하락세를 겪었다.

12월 결산법인의 3분기 실적발표가 14일 마감되는 가운데, 현재 상장사 10곳 중 4곳은 어닝쇼크 중이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등 우리나라가 주로 밀고 있는 산업에서의 부진이 심화 중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트럼프 트레이드 소강 국면에 진입했다며, 정책 기대감보다는 현실성을 따져보는 분위기 생성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이 증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감이 최근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실제 집권 이후 법인세 인하, 관세 정책, 주요 인선 등을 통해 현실성을 따져보는 니즈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과 경기둔화 우려는 아직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라면서 “특히 이민 규제 강화로 노동 공급이 위축되면 임금 상승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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