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내면의 힘 기르는 ‘세 줄 일기’

입력 2024-11-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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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바쁜 일상 중에 잠시 멈춰서 ‘세 줄 일기’를 써 보자. 이미 떨어져버린 낙엽을 보면서도 오히려 감사할 수 있는 힘이 내면에 생긴다.

제목: 허전해서 어이하나. / (첫째 줄) 가을밤에 가족과 함께 산책했다. (둘째 줄) 작은 딸이 아기새처럼 쉬지 않고 조잘거린다. / (셋째 줄) 내년에 저 녀석 결혼하면 허전해서 어이하나.

세 줄 일기, 어떻게 쓸까? 첫 번째 줄에는 ‘누가 무엇을 했다’ 라고 구체적인 상황을 적는다. 이어서 두 번째 줄에는 상황에 내포된 의미를 적는다. 마지막 줄에는 이 상황을 겪으며 내가 마음에 품은 감정이나 생각을 적는다. 딱 세 줄 뿐이니 간략하게 적어야 하지만, 핵심을 잘 정리해서 담으면 오히려 생략한 대목이 은은하게 살아난다.

사랑스러운 딸을 떠나 보내야 하니 마음이 벌써 몹시 허전하지만, 바로 그래서 가을밤에 함께 산책하는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아마도 세 식구는 올해 겨울에 하얗게 쌓인 눈길도 두근두근 걸으리라. 그리고 내년 봄에 딸은 배필과 함께 미래로 날아가리라. 하지만 괜찮다. 날아간 아기새는 새로운 생명과 함께 돌아올 테니.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보자. 세 줄 일기에 쓴 문장을 그대로 재활용해서 조금 더 길게 확장한다.

“가을밤에 가족과 함께 산책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작은 딸이 감바스와 파스타를 근사하게 만들어 놓고 우리를 맞이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운동하기 위해 함께 가을 속을 걸었다. 작은딸이 오늘 남친과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풀어 놓는다. 저렇게 좋을까 싶어서 내 입가에 미소가 꽃처럼 피어난다. 이제 곧 너를 결혼시키고 아빠랑 둘이 이 길을 걷게 되겠지? 그래서 이 시간이 귀하고 귀하다. 너 결혼하고 나면 허전해서 어이할까.”

세 줄 일기를 뼈대 삼아 제대로 살을 붙였다. 간단하다. 이미 쓴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서,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었다는 말이지?’ 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떠오르는 내용을 너무 길지 않게 붙이라. 예컨대, 위에 소개한 글 서두를 읽어 보면, 세 줄 일기에 쓴 첫 문장(‘가을밤에 가족과 함께 산책했다’)을 그대로 재활용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책했는지’ 풀어서 썼다. 상황을 눈에 보이도록 쓴다고 생각하고 쓰면 쉽다.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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