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덕여대가 학교 발전 계획 수립 과정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학생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요즘 여대가 왜 필요하느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여성 문제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서 여대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동덕여대가 지난달 말 진행한 대학 발전 계획 수립 회의 자리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남녀공학 전환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학 측은 남녀공학 전환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 및 재학생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일었다.
총학생회는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여성을 위협하는 공학 전환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면서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 성착취 영상물 유포사건 등 여성 차별에서 기인한 셀 수 없이 많은 여성 혐오 범죄가 여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여대는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준다”고 강조했다.
동덕여대는 중앙 동아리 차원에서 ‘공학전환 반대 서명’도 온라인으로 받고 있다. 동덕여대 중앙 동아리 SIREN은 대학 측이 공학 전환을 완전 철회하기 전까지 연대 서명을 받겠다고 밝히며 대학 본부를 향해 “여성으로서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안전한 공간을 없애는 것은 여성 인권의 후퇴이자 동덕 설립 목적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서울 내 타 여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연대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의 한 여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동덕여대 본관 앞에 학교 과잠(점퍼)을 벗어두는 시위에 동참하려고 한다”면서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공학 전환 등을 논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성의 대학 진학율이 남성보다 높아진 요즘에도 여대가 필요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여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유리천장 등 여성에 대한 불평등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할 수 있는 담론이 형성되는 공간으로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딥페이크 문제부터 N번방 등 신종 성폭력 범죄가 등장하고 있는데,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는 데 있어서도 여대라는 공간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남녀공학 전환 여부는 대학 측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현재 전국의 4년제 여대는 동덕여대를 포함해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7곳이 있다. 한양여대를 비롯한 전문대까지 합하면 14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