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5800억 원을 투자해 인수한 미국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회사 이그니오홀딩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트레이딩 부문 매출을 포함하면 인수가는 매출의 약 9배로 적정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이그니오의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그니오는 고려아연의 인수 이후 트레이딩 매출이 완전히 사라졌고, 대신 새로 설립한 전자폐기물 파쇄 업체 EvTerra 및 프랑스 제련시설인 이그니오 프랑스의 매출이 이를 대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상반기 이그니오의 매출 2727만 달러(374억 원)의 100%는 비철금속 제련 원재료를 생산한 자원순환 사업을 통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2022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그니오를 인수하면서, 처음에는 2021년 말 기준 매출액을 약 637억 원으로 공시했지만, 11월에는 29억 원으로 수정했다. 4개월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는 재무현황이 공시되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그니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매출은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기간에 한정돼 있다. 이 기간의 매출액 29억 원을 기준으로 보면, 고려아연은 매출 대비 약 50배의 금액으로 회사를 인수한 셈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올해 4월 매출액 1조6561억 원의 미국 고철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 메탈을 약 740억 원에 인수했다. 이와 비교하면 이그니오 인수의 고가 논란은 더욱 부각된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이그니오 인수 당시 가치평가와 실사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그니오의 창업자가 지난해 3월 사퇴한 이후 경영진 변화와 투자 계획의 불확실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이 이그니오 인수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수대금의 사용 내역과 거래 근거, 의사결정 과정 등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