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작성 이래 첫 백일해 사망…청소년·보호자도 예방 ‘경고등’

입력 2024-11-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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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백신 접종 어렵다면 손씻기·거리두기 준수해야…소아감염 대책 마련 시급

(자료=질병관리청)
(자료=질병관리청)

올해 백일해 양성 영유아 환자 사망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돼 건강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영유아뿐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진 청소년과 노인도 백일해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백일해 환자 수가 폭등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해 추가 피해 예방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백일해 감염 환자는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사망 사례가 나온 것은 2011년 국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전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백일해로 진단받은 영아 환자가 이달 4일 증상 악화로 사망했다. 환자는 백일해 1차 예방접종 대상인 생후 2개월 미만의 영아로, 접종 전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을 보였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여름과 가을에 환자가 증가하며, 주요 환자 발생 연령대는 영아부터 청소년 등으로 낮다. 감염 초기에는 기침, 결막염, 콧물, 눈물, 발열 등 감기와 증상이 유사하다. 하지만 기침이 점차 심해지면서 구토, 청색증, 무호흡 등이 나타나며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달 첫째 주까지 신고된 백일해 환자는 총 3만332명으로 집계됐다. 주로 7~19세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월부터 10월 말까지 보고된 환자가 64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무려 470배 많은 2만9986명(잠정 집계)의 환자가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백일해로 인한 추가 건강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 접종 등 대책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영아는 스스로 손을 씻거나 마스크를 쓰는 등 예방 활동을 할 수 없어서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다.

백일해 백신은 태아가 백일해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도록 임신 3기(27~36주) 임신부의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도 2, 4, 6개월에 접종해야 한다. 면역저하자나 중등증 이상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물론, 영유아와 함께 생활하는 부모와 돌봄 인력, 의료기관이나 산후조리원 종사자 등 성인들도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2024학년도 10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답안지에 이름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10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답안지에 이름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백일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지도가 필요하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의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백일해는 주로 1세 미만 영아가 고위험군이고 대부분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이 연령대에서 나오는데, 올해는 국내 보고된 백일해 환자 중 영아는 거의 없고 3분의 2 이상이 10대 청소년이며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수험생들은 개인위생 수칙과 거리두기 등을 실천하며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백신 접종은 자칫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한 입시 일정을 소화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서다. 백신은 접종일로부터 2주 이상 지나야 감염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백일해 백신은 접종 후 국소적 또는 전신적 불편감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시험 전 몸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백일해는 2급 법정감염병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3주간, 치료를 받으면 치료 시작 후 5일간 격리가 원칙이다.

신 연구위원은 “백일해는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 개인적 거리두기의 3대 원칙만 잘 지켜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라며 “백신 접종이 어려운 수험생의 경우 백일해뿐 아니라 대부분의 감염병을 막아낼 수 있는 손 씻기와 적절한 마스크 착용을 통해 감염을 예방하고 시험 전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소아감염 질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유행 조짐이 보이던 지난해에 강력한 소아감염 질환 대책을 촉구했는데, 이후 복지부와 교육부가 운영한다고 밝힌 대책반이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됐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일해뿐만 아니라 모든 소아감염 질환이 급격히 증가해 유행하고 있는데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보호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만 되풀이했다”라며 “이번 백일해 영아 사망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붕괴한 소아 의료체계를 바로 잡고 정책적, 제도적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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