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한강·남산 운영사의 기이한 ‘독점 장사’

입력 2024-11-13 18:54 수정 2024-11-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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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사회경제부 차장

한강 리버버스 사업이 기이한 형태로 굴러가고 있다. 공동 운영사 ㈜이크루즈가 투자를 못 하겠다고 버티면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부담이 커졌다. 초기 투자비용 약 717억 원 중 270억 원을 부담한 SH공사는 이크루즈 몫인 260억 원까지 조달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뒤늦게 합류한 SH공사에 ‘불똥’이 튄 것이다.

이크루즈 관계자는 투자를 단념한 이유로 “사업비가 초기보다 늘었고, 투자 조건이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설득력은 떨어진다. 올해 2월 서울시의회에 제출된 SH공사 출자동의안에는 출자 지분(51대 49)과 동일한 비율로 투자한다는 내용과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역할 분담이 명시돼 있다. 작년 7월 사업자 공모 때보다 투입 비용이 늘어난 것을 인지했고, 합의까지 한 셈이다. 투자 조건 변경이라고 주장하는 MRG(최소운영수익보장)도 애초 이크루즈가 사업자 공모 때 ‘제안’했을 뿐, 서울시와 합의된 게 아니었다.

이들의 ‘변심’은 총사업비 자체보단 요구 조건이 먹히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업비가 늘어도 MRG로 수익을 보전받으면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그러나 MRG는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하게 수익을 보전해줘 공공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2009년 폐지됐다.

담보도 원했다. 투자를 하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손해는 보지 않기 위한 ‘보험’을 요구한 것이다. 민관협력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체가 투자 비용에 대해 담보를 요구했다고 하자 전문가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초 서울시가 들어줄 수 없는 조건들을 제시해 놓고, 결국 투자를 못 하겠다고 어깃장을 부린 셈이다.

이쯤 되면 거래가 불발됐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아무도 판을 깰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로서는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을 것이다. 서울시로부터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한강 유람선을 독점 운영해온 이크루즈의 ‘전문성’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이크루즈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이크루즈도 투자를 못 하겠다는 것일 뿐 이 판에서 빠질 생각은 없었다. 이크루즈 관계자는 “합작법인 설립은 기본 가정이었고, 투자금을 부담하지 못한다고 해서 출자를 안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 결과 합작법인 한강버스가 설립됐다. 미래한강본부는 주주협약서에 페널티를 포함시켜 이크루즈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서울시가 페널티를 내세우며 이크루즈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것처럼 강조하지만, 이크루즈의 생각은 달랐을 수 있다. 이크루즈 관계자는 “최소한의 투자만 하고, 사업 방향을 보면서 순차적으로 투자를 할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몸이 다는 건 서울시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 민간사업자를 배제하면 보조금을 토해내야 하고, 민간투자사업이란 본래 취지가 퇴색된다는 점은 서울시의 ‘아킬레스건’이다.

1960년대 허가권을 얻어 남산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해온 한국삭도공업은 시민 편의 증대를 위해 곤돌라 사업에 착수한 서울시를 상대로 최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손해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연 매출 약 200억 원의 ‘알짜배기’ 사업을 3대에 걸쳐 독식해온 업체의 낯 두꺼운 밥그릇 지키기다. 서울 공공재산인 한강과 남산 독점 운영사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0ju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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