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기업 구조조정은 또 다른 시장 밸류업

입력 2024-11-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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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93만5597개)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역대 최악이었다. 매출이 전년 대비 1.5% 줄었다. 역대 최저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1.1%)보다 낮은 수치다. 영업 이익률은 3년 연속 하락세를 거듭하며 매출액 대비 3.5%로 떨어졌다. 대출 이자를 갚기 버거운 기업들도 많았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취약기업’ 비중은 42.3%에 달했다. 역대 최대치인 2022년 수준과 비슷하다.

파산을 신청한 곳은 코로나 위기가 닥치기 전인 201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1∼9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1444건으로, 1년 전보다 19%늘었다. 하루 평균 5개꼴로 사업을 접는 셈이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낙후’ 요약된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는 지난해 역내 국가 중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순위를 8위로 평가했다. 호주(1위)와 일본(2위), 싱가포르(3위)는 물론이고 대만(4위)이나 말레이시아(5위)보다 낮은 결과다.

사라진 혁신은 기업가치를 끌어내린다. 허강성 서울신학대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 등이 발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26개국 중 25위다. 보고서는 기업의 시장가치를 자본의 대체비용으로 나눈 값인 ‘토빈의 Q(Tobin’s Q)’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했고 한국의 기업가치는 ‘1.062’다.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덴마크(5.331)보다 가장 낮은 그리스(0.807)에 가깝다. 토빈의 Q는 현재의 기업을 설립할 때 드는 총비용을 의미하며 주식시장에서는 기업의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한다.

또 다른 실증 분석을 보면, 2022년 한국 기업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EBITDA)은 197조 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의 EBITDA는 약 4550조 원으로 1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미 기업 간 순이익 배수 차이도 23배로 5년 전 15배에 비해 격차가 확대됐다.

아무리 좋게 봐도 한국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을 근거가 없는 셈이다.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자 한국과 대표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외국계 기관들의 보고서가 잇따른다. 주요 투자은행( IB)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9월 2.5%에서 10월 말 평균 2.3%로 낮췄다. 국내 기업에 대한 혹평도 이어진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업체 중 가장 선호도가 낮은 종목이라고 저격했다.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반토막 냈다.

허약 체질인 나라에, 기업에 외국인들이 투자할 리가 없다. 외국인은 8월 이후 증시에서 17조 원어치 주식을 던졌다.

기업이 활기를 띠고 돈을 벌어야 고용과 세수가 늘고, 경제가 성장한다. 기업들의 성장성, 수익성을 회복하려면 노동·규제 개혁, 산업 구조조정 등에서 하루빨리 성과를 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좀비기업 솎아내기도 서둘러야 한다. 저성장이 고착되고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경제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업경제는 보통 성장, 성숙, 한계, 퇴출 등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구조를 보였는데 최근엔 주기가 불규칙해지면서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허강성 교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도 좀비 기업의 자본시장 퇴출이 필수라고 했다. 상장폐지가 마땅한 기업은 빠르게 정리해주고, 거기에 투입됐던 자금들이 다른 기업에 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본시장의 활력이 높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도 해결된다. 더 나아가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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