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vs 100만 원’…남산 곤돌라 둘러싼 ‘쩐의 전쟁’

입력 2024-11-18 14:42 수정 2024-11-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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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삭도공업, 소송 수임료로 10억 원 부담
서울시는 100만 원…중요사건 돼야 3000만 원
“자본논리로 시 행정 발목 잡아” 비판도 제기
市, ‘곤돌라 공익성’ 강조하며 법적 대응

▲남산 곤돌라 조성안. (사진제공=서울시)
▲남산 곤돌라 조성안. (사진제공=서울시)

남산 곤돌라 설치를 두고 한국삭도공업 측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가 소송비용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의 곤돌라 설치 공사를 중지해 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낸 한국삭도공업 측은 이번 법적 공방을 위해 약 10억 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 될 때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 수임료는 1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삭도공업 측의 법률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에는 행정법원장 출신 변호사,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 총 4명이 이름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삭도공업은 지난해에만 매출액 195억3717만 원, 영업이익 64억7440만 원을 기록했다.

60년 넘게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 중인 삭도공업 측은 곤돌라가 운영되면 이용객 분산에 따른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인근 학교의 학습권 침해와 자연환경 훼손 우려 등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소송과 관련해 삭도공업 측에 입장을 요청했지만 한국삭도공업 측은 “별도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국삭도공업 측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초대형 로펌을 선임한 반면 서울시는 소송비용의 제약으로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소송사무 등의 처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민사소송‧행정소송의 경우 신청사건에 대해 최대 100만 원을 착수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한국삭도공업 측의 집행정지 신청에 100만 원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본안사건에서는 소송물가액에 따라 최대 1000만 원을 착수금으로 지급한다. 구체적인 금액은 △2000만 원 미만 150만 원 △2000만 원 이상~5000만 원 미만 200만 원 △5000만 원 이상~1억 원 미만 300만 원 △1억 원 이상~5억 원 미만 500만 원 △5억 원 이상~10억 원 미만 700만 원 △10억 원 이상 1000만 원 등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넘는 대형 로펌 수임료와 격차가 크다. 서울시에서 해당 소송이 중요소송으로 지정될 경우 소송비용이 3000만 원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여전히 차이는 크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이처럼 소송전 두 당사자 간 수임료의 격차로 공공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서울시가 공적 재원을 활용해 소송전에 임하는 만큼 정해진 규정에 따라 소송비용을 지급해야 하지만 규정이 제한적이라 법적 공방을 둘러싼 ‘쩐의 전쟁’에서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는 9월 착공식을 시작으로 2026년 봄 개장을 목표했으나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시를 상대로, 특히 행정에 대해서는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도 “이번 경우처럼 사기업이 사익 추구를 위해 자본력을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서울시가 법률적으로 대응할 때 힘이 달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정해진 규정 내에서 최대한 남산 곤돌라 사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소송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미 지난 12일 한국삭도공업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남산 곤돌라 사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이용객 편의 증대 △장애인 이용권 보장 △남산 생태계 보호 등을 곤돌라 설치가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영상을 통해 오 시장은 “곤돌라 사업은 시민 누구나 공평하게 남산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한 절실한 사업이자 진정한 의미에서 공익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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