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최초로 AI 은행원 도입
‘AI와 사람의 공존’
“안녕하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18일 신한은행이 서울 중구 서소문에 문을 연 인공지능(AI) 무인영업점 ‘AI 브랜치’에 들어서자마자 대형 디스플레이 속 AI 은행원이 필요한 업무를 묻는다. 한 40대 남성 고객이 “집을 사려는데 대출을 받고 싶다”고 마이크에 대고 대략적으로 말하자 AI 은행원이 고객의 방문 목적을 정확하게 파악해 안내를 시작했다. 은행 영업점 방문 시 필수로 여겨지던 순번 대기표는 물론 은행원이 고객을 응대하며 대신 번호표를 뽑아주는 모습도 없다.
이날 찾은 AI브랜치에서의 금융거래는 일반 은행 점포와는 전혀 달랐다. 은행원은 거의 없고 대형 모니터만 있었다. 기존 점포의 경우 번호표에서 발급받아 순번을 기다린 뒤 본인이 필요한 금융업무에 따라 각각 분리된 여·수신 창구로 가 은행원들에게 상담을 받는 반면 이곳에서는 번호표가 발급되지 않는다. 영업점에 들어서면 AI은행원과 고객을 맞이한다. 내장객은 화면 앞에 설치된 마이크에 대고 필요한 용건을 설명한다. AI은행원은 번호표와 함께 각각의 룸으로 된 창구를 알려준다.
이처럼 AI브랜치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의 업무를 AI은행원이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날 점포를 방문한 또 다른 남성고객이 환전 업무를 요청하자 AI 은행원은 “환전하려는 통화가 미국, 유럽, 일본 또는 중국 통화인가요?”라고 질문했다. “유럽”이라고 대답을 하자 AI 은행원은 AI 창구로 안내했으며 고객을 응대했다. AI 상담 특성상 일반 은행창구보다 상담 시간도 빨라 대기 시간이 5분 정도에 불과했다. 또 업무 상담을 위해 신분증 스캔, 손바닥 정맥인증 등 실명 확인을 해 보안 안전성도 높였다.
문성기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부지점장은 “AI 은행원은 실제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우수직원을 모델로 삼아 개발해 고객의 거부감을 최소화했다”면서 “디지털 점포에서는 기존 AI은행원은 시나리오 기반 업무처리만 가능했다면 AI 브랜치는 AI 은행원이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고객과 직접 상담을 해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AI 창구에서 지원되는 업무는 크게 4가지다. 입출금·예금·적금 신규와 환전(달러·엔화·유로화·위안화), 체크카드 재발급, 인터넷뱅킹 신규·바이오인증 등이다.
특히 환전의 경우 휴일과 주말에도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문 부지점장은 “AI 브랜치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으며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고객들에게는 더 집중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운영 시간도 36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확대해 고객 편의성도 높였다”고 했다. 평일 금융거래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이 휴일이나 퇴근 후에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향후 운영 상황을 토대로 24시간 영업도 고려 중이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고령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문 부지점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AI 브랜치에는 전담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신한은행 관계자는 “AI 은행원의 인식률이 90%가 넘을 만큼 주변 소음에도 고객의 말을 잘 인식해 고령층이 이용하기도 어렵지 않다”고 했다.
다만 AI 브랜치의 숙제도 남아있다. AI 특성상 데이터를 쌓아나가야 과정을 거쳐야 해서다. 실제 AI 브랜치는 ‘AI 테스트 베드’로 운영하며 향후 많은 고객들을 만나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보를 학습해 나갈 예정이다.
아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제공이 미흡하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문 부지점장은 “언어에 대한 학습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외부 솔루션을 도입해 LLM 모델에 접목하는 등을 통해 외국어 상담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