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지정제도, 미디어 산업 성장 발목 잡아"

입력 2024-1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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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규제 부당성과 타 법률의 원용 문제점' 세미나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가 기업가치를 떨어트린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원용한 방송법상 대기업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방송학회와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규제의 부당성과 타 법률의 공정거래법 원용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미디어 분야의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현행법상 기업집단 지정제도가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이 보유한 풍부한 투자 자원이 미디어ㆍ콘텐츠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법제의 전반적인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첫 발표를 맡은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규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한 결과, 규제가 강화할수록 시가총액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 교수는 대기업 규제 유형을 △출자규제 △행태규제 △공시규제 △지주회사제도 등으로 구분해 규제 강도를 의미하는 규제 지수와 경제 성장, 기업가치의 관계를 분석했다.

지 교수는 "기업집단의 출자구조에 대한 사전 규제는 지배구조 다양성을 제약해 기업가치와 경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명성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으로 인한 편익과 경영 활동 제약으로 인한 비용을 비교해 기업집단 지정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집단 규제를 원용한 방송법상 대기업 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공정거래법에서는 경제 규모의 확대를 반영해 대기업 집단에 대한 기준을 2008년 이후 꾸준히 높여왔으나, 방송법상 기준은 2008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기준은 2008~2015년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에서 2016~2020년 10조 원 이상, 2021년부터는 국내총생산(GDP) 0.5% 이상으로 높아졌다. 반면 방송법은 2008년 기준인 10조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교수는 또 대기업의 언론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제한 규제가 도입 목적을 상실했다고 봤다. 그는 "방송ㆍ미디어 시장 환경 변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등장으로 지상파 방송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지상파를 활용한 대기업의 여론 독과점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져 규제의 효용성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방송법상 대기업집단 기준 30조 원으로 상향 △국내총생산(GDP) 연동 방식으로 변경 △자산총액 기준이 아닌 대기업집단 순위 기준으로 변경 등을 단기적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민영 방송사에 한해서라도 대기업 소유 제한 규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출처=한국경제인협회)
(출처=한국경제인협회)

이어진 토론에서는 선정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방송사업자 소유 규제 형태가 반드시 사전적 진입 규제인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송법 규제를 받는 국내 사업자는 낡은 규제에 묶여 경쟁력을 잃고 위기에 빠지는 규제의 역차별에 직면했다"며 "미래 지향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와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방송법제상 소유ㆍ겸영 규제가 '여론 다양성'이라는 규제 도입 목적을 달성했다는 실증적 논거가 전무하다"며 "방송사업자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상업방송에 대해 이를 완화하거나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경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의 대기업집단 정책, 그리고 이를 원용한 방송법의 대기업 소유 제한 규제를 개선해 투자가 쉽게 이뤄지게 해야 한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된 의견들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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