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나 지원금 똑같이… 단통법 '반쪽 폐지' 우려

입력 2024-11-20 14:24 수정 2024-11-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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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금지는 눈속임의 말장난, '경쟁 제한'하는 악법 폐지돼야
제조사 판매장려금 제출 의무, 가계통신비 상승시킬 것

(안유리 기자 inglass@)
(안유리 기자 inglass@)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 편익을 축소시키는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 왔던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폐지를 위한 국회 논의가 시작된다.

여야가 단통법 폐지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연내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야가 세부적인 사안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특히 지원금 차별 지급을 금지하는 현행 단통법 3조를 유지한 야당안이 관철될 경우 소비자 혜택이 전혀 없는 무늬만 단통법 폐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단통법 폐지안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에 올려 논의할 계획이다.

단통법은 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과열돼 불법 보조금이 판치고, 판매점마다 보조금 액수가 달라 휴대폰 유통시장이 혼탁해진다는 이유로 2014년 10월 도입됐다.

그러나 보조금 차별 지급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건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나는 데다, 소비자 편익만 줄었다는 비판을 10년 내내 받고 있다. 단통법은 팬택과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접게 한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에 여야는 공시지원금 제도를 없애고, 선택약정할인 등을 전기통신사업법(전신법)에 이관시켜 유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단통법 폐지 법안을 마련했다.

다만 여야간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 지원금의 차별지급 금지 조항이다. 이통사가 가입유형(번호이동·신규·기기변경),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지역·나이·신체조건 등으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다.

여당은 이통사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조항 전체를 제외했다. 고령자 등의 정보소외현상은 별도 법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여당 측 시각이다. 반면 야당은 정보취약계층 보호가 필요하다며 이 내용을 전신법 개정안에 그대로 옮겼다.

업계는 단통법 폐지를 논의하게 된 핵심이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데 주목한다. 이통사, 제조사, 유통사 등 이해 관계자들의 자율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가 더 높은 수준의 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이번 단통법 폐지의 주요 이유다.

이를 위해 단통법의 핵심 독소 조항인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조항'을 폐지해 시장 경쟁을 유도해야 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야당안이 관철돼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조항'이 유지된다면, 사실상 가계통신비 인하 가능성은 없다.

실제 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을 차별 지급할 수 없다는 명목 아래 일제히 지원금이 획일적으로 줄면서, 소비자들은 단통법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입유형·요금제·거주지역·나이 등과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단통법 규제가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주당 발의안 내용대로면 단통법 폐지 효과는 사실상 없는 것"이라며 "시장 경쟁은 여전히 제한되고 소비자 혜택은 전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동통신사가 단말 판매량·출고가·매출액·지원금·판매장려금 등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단통법의 '자료제출 및 보관' 규정도 논쟁거리다.

여당은 '이통사가 제출자료를 작성할 때 단말 제조사로부터 받은 장려금 규모를 노출하지 말라'는 현행 조항을 그대로 전신법 개정안에 반영했다. 야당은 정반대로 '제조사로부터 받은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게 하라'는 취지의 문구를 담았다. 최근 수년간 국내 단말제조 시장의 과점이 심해져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글로벌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최소화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 공개될 경우, 판매장려금이 운영되지 않거나 더 적은 금액으로 판매장려금이 운영되는 국가에서는 제조사에게 추가적인 판매장려금을 요구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제조사 판매장려금 제출이 의무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계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소비자뿐 아니라 소상공인인 영세 유통 업체의 피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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