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6가 혼합백신이 국가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됐지만, 수입 제품에 100% 의존하고 있어 백신 자급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영유아 6가 혼합백신은 사노피의 ‘헥사심프리필드시린지주(헥사심)’ 1종뿐이며, LG화학이 후발 주자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당분간 국내 민간·공공 시장은 글로벌 빅파마인 사노피가 독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영유아 6가 혼합백신이 NIP에 포함되면서 국내 백신 시장에서 글로벌 빅파마의 장악력이 확대됐다. 사노피가 2021년 헥사심을 국내에 도입한 지 3년 만의 성과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내년 1월 2일부터 헥사심은 전국 병·의원에서 생후 0개월에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한 생후 2개월 이상 영아를 대상으로 2·4·6개월 총 3회에 걸쳐 무료로 접종된다.
영유아 6가 혼합백신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간염(DTaP-IPV-HepB-Hib)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사노피의 헥사심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인판릭스 헥사 등 2개 제품이 개발됐다. 이 중 헥사심만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즉, 내년부터는 국내 민간 및 NIP 시장 모두 사노피가 독식하게 된다는 의미다.
NIP 대상 백신이 되면 정부 입찰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 민간 시장보다 조달 가격이 낮게 책정되지만, 백신의 필요성과 효과를 공인받는다는 측면에서 기업 입장으로서는 의미가 큰 성과다. 허가된 제품이 복수라면 조달 과정에서 경쟁 입찰이 진행되지만, 영유아 6가 혼합백신은 헥사심이 유일해 사실상 사노피와 보건당국의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는 셈이다.
사노피 관계자는 “출생 후 B형 간염 단독 백신을 접종한 영아 2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 임상 결과에서 헥사심 접종군이 5가 혼합백신 및 B형 간염 단독 백신 접종군의 접종 스케줄 대비 면역원성의 비열등성과 유사한 내약성을 보였다”라며 “지난해 국내 연구에 따르면 6가 혼합백신은 5가 혼합백신과 B형 간염 접종 대비 직·간접적 비용이 적어 NIP 도입 시 120억 원 상당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헥사심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3월 사노피와 헥사심을 비롯해 소아용 혼합백신인 테트락심과 펜탁심, 성인용 혼합백신인 아다셀 프리필드시린지, 수막구균백신 메낙트라의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NIP 입찰을 통해 헥사심의 공급가격이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면, 유통사에 떨어지는 이익 역시 크지 않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계약은 올해 말까지 유효하지만, 유통 과정이나 품질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양사의 합의에 따라 계약 기간이 연장된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국내 영유아 6가 혼합백신 시장은 사노피의 독주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LG화학이 ‘LR20062’를 헥사심과 같이 6개 질환을 예방하는 DTaP-IPV-HepB-Hib 혼합백신으로 개발 중이다.
LG화학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에서는 모든 시험자에게서 백신 반응이 나타났고, 면역원성 지표에서는 혈청방어율 및 혈청전환율이 90% 이상으로 집계된 바 있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임상 1상을 마치고, 8월부터 임상 2상을 실시하기 위해 생후 2개월 이상의 영아 300여 명을 시험자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LG화학 관계자는 “LR20062는 환자 모집 개시 이후 첫 환자 투약을 마쳐 현재 2상을 진행 중이다”라며 “국내에서 진행하는 시험은 아니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