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물가가 이어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저렴한 균일가 상품을 판매하는 다이소가 올해 4조 원의 매출을 바라보는 가운데, 패션에서는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가 날개를 달았다.
2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SPA 브랜드가 올해 지속해서 판매 호조세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올해 SPA 브랜드 누적 거래액(1월~11월 21일)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합리적인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SPA 브랜드를 찾으며 거래액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적당한 가격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품질 면에서 고객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SPA 브랜드 선두주자인 탑텐과 유니클로는 올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은 전 연령대를 공략하는 ‘에이지리스(Ageless)’ 전략을 펼치며 매출을 확대 중이다. 점포도 2020년 400개 수준에서 현재 700개 이상으로 늘었다. 탑텐은 지난해 매출 9000억 원 수준으로 매장 확장세를 고려하면 올해 1조 원 매출을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한때 연 매출 1조4000억 원에 달했던 유니클로는 2019년 일본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크게 꺾였으나 이후 오프라인 체질 개선 등을 통해 반등을 시도했다. 지난해 회계연도(2022년 9월 1일~2023년 8월 31일) 기준 매출은 9219억 원까지 올라왔다. 올해 브랜드 출범 40주년을 맞아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도 매출 호조세를 보인다. 지난해 48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스파오는 올해 6000억 원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협업과 기본 상품 강화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투자도 지속해서 늘려 품질을 높이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빠른 성장세로 주요 SPA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2017년 출범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다. 온라인 위주로 판매하다가 2021년 홍대를 시작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있다. 단독 매장뿐 아니라 대형 쇼핑몰 등에 입점하는 ‘숍인숍(shop-in-shop)’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 신규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달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월 매출 100억 원을 최초로 돌파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오프라인 점포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3000억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오프라인 확장 등을 고려하면 스파오를 위협하는 SPA 강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젊은 층에서 선호도가 높다. 무신사가 최근 만 19~29세 남녀 800명 대상으로 진행한 ‘SPA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무신사 스탠다드가 48.1%로 1위를 차지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관계자는 “기본 아이템을 중심으로 트렌디한 디자인과 핏, 합리적 가격의 고품질 상품 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며 “최근에는 온라인 외에 오프라인으로도 자연스럽게 시장을 확대해 고객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어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