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품절이라고요?"…Z세대 '뷰티 방앗간' 된 다이소, 다음 대란템은? [솔드아웃]

입력 2024-11-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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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아, 여기까지 왔는데…

최근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들린 탄식입니다. 제품을 문의한 고객에게 직원이 "방금 (재고가) 다 나갔다"고 알려준 것이었는데요. 바로 옆 매대를 구경하던 기자의 주머니가 유독 묵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제품의 마지막 재고를 쟁취한 사람이 기자와 일행이었거든요. 일말의 죄책감에 쫓기듯 매장을 나서야 했죠.

기자가 구매한 제품은 디어씽의 '글로우 이펙트 3D 하이라이터'였습니다. 작아서 부담감 없는 크기, 습식인 만큼 부드럽고 촉촉한 제형, 반짝이는 광을 갖춘 제품은 단돈 '3000원'이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제품력이 화제가 되면서 품절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지금은 판매가 종료된 상품이지만, 지금도 온라인상에선 '재판매' 요구가 나올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죠.

다이소에서 인기를 끈 화장품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다이소가 선보인 뷰티 카테고리 제품군 다수가 '가성비템'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는데요. 재고를 찾아 매장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건 물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하고, 재고를 보유한 지점 리스트가 정리돼 온라인상에 공유되기도 합니다. 이런 흥행 릴레이에 다이소는 '뷰티 맛집'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죠.

▲22일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장유진 기자 yxxj@)
▲22일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장유진 기자 yxxj@)

2021년 4개→올 상반기에만 17개…브랜드사 입점 힘쓰는 다이소

다이소가 '뷰티 맛집'으로 떠오른 건 최근의 일입니다. 당초 다이소가 균일가 생활용품점인 만큼, 뷰티 카테고리는 제품군도 적고 잘 알려진 제품도 전무했습니다. 퍼프, 스펀지, 브러쉬 등 화장 소도구 정도가 '저렴한 맛'으로 유명했죠.

변화가 찾아온 건 다이소가 뷰티 트렌드에 주목하면서부터입니다. 소비 양극화에 발맞춰, 또 홈뷰티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화장품 브랜드사의 입점을 늘리기 시작한 건데요. 2022년 4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식물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2021년엔 신규 입점 브랜드가 4개에 불과했지만 2022년 7개, 지난해 19개, 올해 상반기까지만 17개의 브랜드가 다이소에 새롭게 입점했죠. 올해 상반기 기준 42개 브랜드의 310여 종의 상품이 운영됐습니다.

기초화장품 브랜드로는 LG생활건강의 케어존, 토니모리 본셉, 닥터지 랩잇, 동국제약 마데카21, 애경산업의 포인트 등이 있고, 색조 화장품으로는 손앤박, 입큰, 에이블씨엔씨의 어퓨, 투쿨포스쿨의 태그, 클리오 트윙클팝, 조성아 뷰티 초초스랩, 밀크터치 디어씽 등이 있는데요. 화장품 대기업부터 로드숍, 인디 뷰티 브랜드까지 다채로운 라인업입니다.

이 같은 제품은 초반엔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에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신제품을 발 빠르게 사용해 본 이들을 중심으로 '뛰어난 가성비'에 대한 입소문이 확산했고,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다이소의 뷰티 제품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죠.

다이소의 상반기 기초 및 색조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223%) 증가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다이소에 입점한 브랜드도 실적이 뛰었다는 겁니다.

토니모리는 4월 다이소 입점 이후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한 471억 원, 영업이익은 106.1% 증가한 5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자체 오프라인 채널인 로드숍 매장 수는 줄었지만 다이소를 통해 신규 매출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본 겁니다. 토니모리의 본셉 제품군은 출시 5개월 만이었던 9월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한 바 있죠. 특히 '레티놀' 제품군은 5000원의 저렴한 가격 대비 높은 레티놀 함량으로 인기몰이했습니다. 여름 휴가 시즌엔 워터프루프 색조 제품군이 인기를 끌었죠.

4월 다이소에 '더퓨어 캔디' 라인을 출시한 어퓨의 올 2분기 국내 매출은 다이소 제품 출시 전인 1분기 대비 30%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다이소 단독 채널 매출이 직전 분기에 비해 118% 껑충 뛴 덕분이었습니다.

▲(출처=다이소몰 캡처)
▲(출처=다이소몰 캡처)

리들샷이 쏘아 올린 공…샤넬 저렴이까지 등장했다고?

다이소 품절 대란의 초기 주인공은 VT코스메틱의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이하 '리들샷')이었습니다. 리들(riddle)이라는 이름처럼 미세한 바늘과 같은 입자가 들어간 앰플인데요. 이 입자들이 피부 표면에 미세한 자극을 주면서 화장품의 에센스 성분 흡수를 돕는다는 원리입니다. 바르면 따끔거리고, 이 입자 함유량에 따라 100, 300 등 종류로 나뉩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입자가 많이 함유돼 피부 자극이나 통증도 많이 느낄 수 있죠.

이 제품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올리브영에도 진작 입점해 있던 제품인데요. 다이소 제품과 공식몰의 제품은 주요 성분은 같지만 가격과 패키지, 용량, 세부적인 배합 비율 등이 다릅니다. 공식몰의 VT 리들샷은 50㎖ 용량이며 펌프형 용기를 사용합니다. 정가는 100 에센스 기준 3만2000원입니다.

다이소의 리들샷은 종이 박스에 2㎖ 스틱형 에센스가 6개(6회분) 들어 있습니다. 가격은 3000원으로, ㎖당 단가를 따져보면 250원인 셈이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리들샷을 사용해볼 수 있는 데다가 제품력이 뛰어나다는 호평까지 나오면서 리들샷을 구하기 위해 다이소 매장 대여섯 개를 돌아다니는 소비자들도 있었고, 매장 오픈이나 물류 입고 시간에 맞춰 매장을 방문하는 '오픈런'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매장은 1인당 1박스로 구매 개수 제한을 두는가 하면, 카운터에 물건을 숨겨놓고(?) 고객의 요청에 비밀스럽게 제품을 내주기도 했죠.

올해 4월 출시된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의 인기도 높았습니다. 코덕들 사이에선 명품 브랜드 샤넬의 '립 앤 치크밤'과 비슷한 제품력을 보인다는 소문도 났죠. 두 제품을 비교하는 영상을 올린 유튜버 '안언니'는 "샤넬과 딱 봐도 컬러가 비슷하고, 광도 비슷하게 올라간다"며 "이거 대박"이라고 감탄했는데요. 샤넬 제품은 묵직하고 끈적이는 느낌이라면, 손앤박 제품은 가볍고 촉촉한 느낌이라는 설명이었죠. 그는 "손앤박이 진짜 괜찮은 게 촉촉하게 발려서 피부 화장이 안 벗겨진다"며 "이 정도면 샤넬 저렴이 수준이 아니다"라고 호평했습니다. 실로 볼과 입술에 두 제품을 바른 모습만 봐서는 차이를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다이소의 손앤박 제품은 3000원, 샤넬은 6만3000원입니다. 샤넬보다 약 20배 저렴한 가격으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이 제품 역시 품귀 현상을 빚었는데요. 출시로부터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종종 품절을 기록합니다.

다음 품절 대란 주자는 마몽드의 '미모 바이 마몽드'였습니다. 마몽드의 스킨토너, 앰플, 수분크림 등 기초화장품 8종은 다이소에서 3000~5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 태어났는데요. 이 중에서도 화제를 빚은 건 '로지-히알론 리퀴드 마스크'였습니다. 날이 급격히 쌀쌀해지는 환절기엔 피부 건조가 고민이기 마련인데, 촉촉하고 매끈한 피부 연출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 가성비 넘치는 가격으로 출시되면서 호응을 얻었죠. 22일 기준 다이소몰에서 해당 제품은 품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밀크터치의 디어씽 '블러리 이펙트 스무드 터치팟', '글로우 이펙트 3D 하이라이터'는 이달 1일 다이소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전 컬러가 품절됐습니다. 다만 하이라이터는 제품이 쉽게 깨진다는 후기와 문의가 속출하면서 판매 종료를 결정, 현재는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찾아볼 수 없는데요. 가격 대비 영롱해도 너무 영롱한 글리터에 일각에서는 "판매 종료 전에 구매한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 "내가 산 것도 부서졌는데 예뻐서 그냥 눌러 담아 쓴다", "부서져도 좋으니 다시 내놔라(?)" 등의 반응도 나와 웃음을 자아냅니다.

▲(사진제공=애경산업)
▲(사진제공=애경산업)

다이소도, 브랜드도 웃는 '윈윈' 전략…신제품 출시 이어진다

다이소의 뷰티 카테고리 확대는 다이소에도, 입점 브랜드에도 이득이 되는 '윈윈 전략'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다이소의 점포 수는 전국 1500여 개에 달합니다. 지난해엔 온라인몰을 개편하면서 익일 택배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픽업 서비스도 확대하면서 이용자 유입에 힘썼는데요.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다이소몰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월 160만5100명에서 지난달 221만7571명으로 증가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입장에선 다이소의 저가 판매망 경쟁력자사 브랜드 인지도 확대, 세컨드 브랜드 론칭, 매출 증대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이소는 유명 화장품 기업들의 신뢰도와 화제성, 트렌드를 유치하면서 부가 수입을 낼 수 있는데요.

다이소는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를 추가 입점해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제품을 선보일 방침입니다. 경기 불황 속 고가 브랜드 대신 유사한 기능을 지닌 저가 대체품을 찾는 '듀프'(Dupe) 소비와도 맞물려,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의 흥행도 쭉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죠.

20일에도 애경산업의 메이크업 브랜드 루나가 '투에딧 바이 루나'를 다이소에 론칭했는데요. 메이크업 전문성을 기반으로 뛰어난 제품력, 합리적인 가격으로 잘파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입니다.

아이라이너부터 아이브로우, 스틱 아이섀도, 립앤치크 스틱, 하이라이터 스틱, 컨실러 팔레트, 파우더 등 총 28종의 제품을 공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출시 전부터 화제를 빚었는데요. 불과 이틀 만에 제품 상당수가 다이소몰과 일부 점포에서 품절되면서 인기를 입증했죠.

루나에 이어 다이소에 새롭게 등장할 브랜드는 어디가 될지 궁금해지는데요. 조금만 늦게 매장에 도착해도 품절일 수 있으니, 발 빠르게 움직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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