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유료방송 재허가도 의결 못 해…"방통위 정상화 시급"
여야 합의제 부처 한계 지적…"공영방송 위원회 분리" 제언도
방송통신위원회의 1인 체제가 길어지며 해결되지 못하는 현안이 쌓이고 있다. 정쟁과 무관한 지역유료방송 재허가까지 의결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야합의제 기구라는 부처 태생의 한계라는 지적과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근 방통위는 TBS 정관변경 신청 허가·신안유선방송 재허가 등 의결을 하지 못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1인 체제의 부작용을 피력해왔다. 내부 검토를 완료하고도 현재 1인의 상임위원만으로는 회의를 열 수 없어 기한 내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은 "방통위가 조속히 정상화 돼 민생을 위해 시급한 현안과 중요한 의사 결정 사안을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에 방통위는 예산소위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30%가량 깎이며 위기를 맞았다.
사실 방통위의 식물 상태는 이진숙 위원장 탄핵 전인 1인 체제 이전에도 계속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방통위원장은 2년 넘게 '청문→탄핵→사퇴'라는 사이클을 맴돌았다. 취임 이틀 만에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위원장을 제외하더라도 전임 방통위원장 평균 임기는 139일에 불과하다.
국회의 상임위원 추천도 늦어지고 있다. 여야는 이를 두고 네 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 위원장을 탄핵 소추할만한 사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새 방통위원 임명은 탄핵 심판 결과와 함께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에서는 2인 체제에서 아래 이뤄진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 의결이 위법적이며, 지난해 야당이 추천한 방통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았던 전례를 따져 묻는다. 당시 방통위원이 되지 못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제 국회 과방위원장으로 방송장악 청문회 등을 진두지휘하며 방통위를 둘러싼 여야 공방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위원장 탄핵 심판은 9월에야 시작돼 해를 넘길 전망이라 1인 체제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역시 정족수가 모자란 상태로 정쟁과 첨예하게 얽혀있다는 점이다. 그사이 유료방송 재허가를 비롯해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제재, 공정위 조사 등 민생 및 ICT 현안은 쌓여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야 합의제 기구 성격의 한계가 명백하니 방통위 부처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는 공영방송 이슈에 매몰돼 과학·ICT 현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국회 과방위를 방송과 통신 위원회로 분리하자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된 문제는 별도 위원회를 따로 두고 방통위를 구성하거나, 나머지 통신 부분을 과기정통부와 합쳐 통신·방송 융합 기구를 만드는 방안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공영방송을 분리하고 국회 상임위는 특별위원회식으로 만들어 과방위 위원들이 겸직을 하도록 하면, 기존 의원들도 (연속성 있게)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과 통신의 분리는 방통위 설립 초기부터 나왔던 주장이다. 2009년 당시 이석채 전 KT 회장은 "합의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을 다루는 것은 잘못됐다"며 "통신은 행정의 기능인 만큼 합의제 기관의 성격과 맞지 않으니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방통위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융합적인 정부 행정조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미디어 환경이 플랫폼 주도 환경이 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인공지능 등 방통위가 담당하는 ICT 이슈가 넓어지다 보니 예산과 업무 영역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