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사법부를 향해 “사법 살인” 등 비판 발언을 쏟아내던 당 소속 의원들에겐 거친 언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22일 오전 확대 간부회의에서 “판결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정당한 의견 표현”이라며 “그러나 이를 벗어나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양심적이고 정의감이 투철한, 유능한 법관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권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정의를 발견하고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법관들과 사법부에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사법부를 대하는 이 대표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된단 평가가 나온다. 불과 일주일 전 이 대표는 사법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에서 ‘의원직 박탈형’을 선고하자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예상 밖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다음 주 또 한 차례 내려지는 법원 판결을 앞두고 직접 ‘사법부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냔 시각도 나온다.
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대상으론 입단속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에서 “거친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 품격있는 언어를 사용해달라”고 알려졌다. 이 대표가 “상대방의 언행이 아무리 부당해도 거친 언행이 국민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며 “당의 규모와 정책 중요성이 커진 만큼 말 한 마디에 신중을 기해달다”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 이후 당내에선 꾸준히 “사법 살인”, “정치 판결”과 같은 거친 발언들이 쏟아져나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1심 재판부 판결은 명백한 사법 살인”이라고 비판했고,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오죽하면 서울 법대 나온 판사가 맞냐고들 하겠나”라고 비난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최대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가 이날 개최한 토론회에선 “사법 카르텔”이란 용어도 언급됐다. 토론회에서 전우용 박사는 공직선거법 혐의 1심 판결을 거론하며 “2014년 브라질 검찰이 룰라 대통령이 유죄를 단정하고 표적수사한 사례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선거법 개정안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삭제하고, 당선무효형 기준을 현행 벌금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대법원까지 유지돼도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가 가능해진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가 지속되자 국민의힘 측에선 ‘판사 겁박’ 프레임을 부각해 여론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다음 주 판결을 앞둔 이 대표가 사법부에 대한 ‘불필요한’ 공격 자제를 요청한 거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사흘 뒤인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