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채용시장이 신입 정기 공개채용 중심에서 경력 수시 채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정기 공채는 단점이 많다. 수백, 수천 명에 이르는 지원자의 업무 역량을 소수의 심사관이 일일이 평가하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일률적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했다. 그게 학벌로 대표되는 ‘스펙’과 채용시험이다. 스펙과 시험 성적은 반드시 업무 역량과 비례하지 않았다. 일부는 스펙만 좋거나 시험만 잘 봤다. 기업 관점에선 비용이 낭비됐다. 특히 정기 공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에 일조했다. ‘공채 출신’은 일종의 계급이 됐다. 정기 공채가 아닌 수시 채용, 고용형태 전환 형태로 입직한 이들에게는 ‘뒷문 출신’이란 꼬리표가 붙였다.
이런 점에서 수시 채용 중심의 채용문화 변화는 바람직하다. 작은 직장에서 경력과 역량을 쌓고, 이를 토대로 근로조건이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게 미국에서는 일상이다.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신입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모두가 경력직만 찾으면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은 갈 곳이 없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구직자들은 구직을 포기하고, 그 결과로 기업들은 신입도 뽑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국 채용시장의 경력 선호 풍토는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경력직을 찾는다. 식당·카페 아르바이트생 채용공고에도 ‘경력 우대’가 조건으로 붙는다.
최근 청년층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고, ‘쉬었음’ 인구가 느는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을 것이다.
신입 정기 공채 시절로 돌아가잔 말은 아니다. 단, 사회 초년생들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신입 정기 공채와 경력 수시 채용을 병행하는 방법도 있고, 인턴십을 활용해 사회 초년생들에게 일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 그들 중 일부를 선발하는 방식도 있다. 중소기업들이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신입 중 일부가 역량을 쌓아 더 큰 기업으로 이직한다고 해서 중소기업에 무조건 손해는 아니다. 직원들이 이직을 목표로 성과를 내고 역량을 쌓으면 그 과정에서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또한, 그들의 일부 또는 다수는 기업에 남아 기업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들려면 순환이 필요하다. 들어오는 물길을 막으면, 남은 물도 언젠가는 마르고 증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