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기의 삼권분립] “독재자” 농담 아니었나…트럼프, 의회·정부에 매스

입력 2024-1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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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원 압박으로 의회 견제 선제 대응
내각 충성파 채우기·군 장악 시도
“제왕적 대통령직 재시도하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폴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팜비치(미국)/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폴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팜비치(미국)/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 삼권분립은 국가 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어 각 권력이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인선의 윤곽이 나오자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공화당이 의회 상·하원 선거에서 다수당으로 등극하며 사실상 트럼프가 삼권을 장악하게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의회와 정부에 칼질을 예고하며 백악관으로 권력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최근 트럼프가 역사상 전례 없는 방식으로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취임식 당일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딱 하루 독재자’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앞서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훨씬 넘는 312명을 확보함에 따라 화려하게 백악관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또 같은 날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양당에서 모두 다수당으로 등극했다.

사법부 역시 트럼프에 우호적인 구도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집권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연달아 임명함으로써 연방대법원의 구성을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3명으로 바꿔 확고한 보수 우위 체제를 조성했다. 여기에 70세로 가장 고령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진보 성향임에 따라 보수 색채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1월 3일 공화당이 양당을 장악한 의회가 개회하고 같은 달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그는 사실상 견제 없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되는 셈이다.

내각 인선에서도 무소불위의 권력 기반을 다졌다. 업무 적절성과 도덕성 논란이 거셈에도 트럼프는 법무·국방·국무·재무부 등 주요 요직 수장을 자신의 결정에 반기를 들지 않을 ‘충성파’로 채웠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하야를 끌어낸 ‘워터게이트’를 특종 보도했던 밥 우드워드 기자는 18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적합한 경험이 거의 없는 인사를 각료로 지명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직’을 다시 만들려 시도하는 것 같다”면서 “그는 권력을 나누길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백악관 전경. 출처 게티이미지
▲미국 백악관 전경. 출처 게티이미지

행정부 관료들에 대한 고삐도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미 연방정부 예산의 약 3분의 1인 2조 달러(약 2811조 원) 이상을 삭감할 수 있고, 정부 직원 절반 이상이 해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임명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1기 재임 시절 군의 전통과 관습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 행보로 군대와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2기 들어서 군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발 빠르게 채비하고 있다. 트럼프 인수위원회는 국방부의 정규 승진 시스템을 우회하기 위해 3~4성 장군들에 대한 새로운 평가 위원회를 구성해 그들의 직위를 재검토하고, 필요하면 해임할 수 있는 행정명령 초안을 작성 중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미군에 ‘싸우는 장군’과 ‘워크(woke: 진보적 가치와 정체성을 강요하는 행위) 장군’이 있다면”서 “워크 장군을 해고하겠다”고 공약했다.

독단적 인선을 견제할 수 있는 의회에 대해서도 무력화에 나섰다. 트럼프는 상원의 가장 핵심인 내각 인준 권한과 예산 편성 권한을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트럼프는 10일 상원 새 원내대표 선출 과정을 앞두고 “원내대표가 되려면 ‘휴회 임명’에 협조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휴회 임명은 상원이 휴회 중일 때 대통령이 연방 공무원을 임명할 수 있는 제도다.

20년간 상원의원을 역임한 공화당의 존 댄포스는 “트럼프는 명백히 기존 정부 관행을 전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원한다”면서 “상원을 우회해 내각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우리를 국가로서 결속해주는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연방거래위원회(FTC)·연방통신위원회(FCC) 등 법상 독립성을 보장받는 연방정부 규제 기관들도 트럼프의 위세에 잔뜩 긴장하고 소송전 등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이들 기관이 정부의 네 번째 부분이 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언론에 적대적인 트럼프 성향을 고려할 때 방송사 등에 허가 취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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