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신수정 음료마케팅팀 책임도 마케팅실 상무로 초고속 승진
농심도 승계작업 가속화…오너 자녀들 요직에 속속 배치 '미래 준비'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상무가 2024년 하반기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구 감소·소비 심리 위축 등 내수 시장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신 전무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여기에 그동안 경영에 뚜렷하게 참여하지 않았던 신 회장의 장녀 신수정씨도 상무로 깜짝 승진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농심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상무)는 정기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신 회장의 장녀이자 신 전무의 누나인 신수정 음료마케팅팀 담당 책임은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신 회장은 민철호 전 동양창업투자 사장의 딸 민선영씨와 결혼해 신수정, 신수현, 신상열 등 1남2녀를 뒀다.
신 전무는 1993년생으로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3월 농심에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1년만인 2020년 대리로 승진했고 이후 경영기획팀 부장, 구매담당 상무를 거치는 등 초고속 승진했다. 현재는 올해 1월 신설된 미래사업실을 이끌며 사업 다각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농심이 신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갈수록 작아지는 내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주력인 라면 사업의 비중을 낮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신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사업영역 다각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나갈 것을 주문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과 식물공장 솔루션, 외식 사업을 고도화해 육성하며, 동시에 농심의 사업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을 당부했다.
농심은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실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심은 사내 스타트업인 ‘농심 N-Start(엔스타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농심 엔스타트는 직원 누구나 농심이 보유한 내부역량을 활용해 신사업을 제안하고 리더가 돼 직접 추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엔스타트 4기로 선정된 6명의 직원이 ‘반려동물 영양제’와 ‘전통주’를 테마로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먼저 반려견 영양제 사업은 7월 ‘반려다움’ 브랜드를 출시해 반려견의 관절, 눈,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같은달 ‘전통주 추진팀’은 막걸리 양조장 ‘조은술세종’과 함께 개발해 ‘꿀꽈배기맛주’를 편의점 CU 편의점에서 처음 선보였다.
농심은 최근 부진한 실적으로 새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농심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5% 감소한 376억 원이다. 매출 역시 8504억 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0.6% 줄었다. 반면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가 해외에서 크게 흥행하며 실적이 고공행진 중이다. 삼양식품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4389억 원으로 31% 증가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 전무 승진과 관련해 "회사의 성장 방향과 확장을 결정하는 중추적인 업무를 맡기자는 취지로 농심의 비전을 만드는 미래사업실 전무 승진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신 상무 승진에 대해서는 "주스 브랜드 '웰치'를 담당하면서 매출 성장을 이뤄낸 공로로 승진 대상에 올랐다"며 "상품마케팅실에서 글로벌 식품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해 농심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