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개인적 이익 취할 의도 결단코 없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결과가 내년 2월 3일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25일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전·현직 임직원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6시간가량 진행하고, 선고 기일을 내년 2월 3일 오후 3시로 확정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합병 업무를 총괄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팀장에게는 징역 4년 6개월과 벌금 5억 원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경제 정의이며 경제 주체 간 조화와 공정한 경쟁 등의 헌법적 가치”라며 “피고인은 이 사건 합병 당시 주주들의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합병 찬성의 실제 결과는 국익이 아닌 특정 개인의 이익과 투자자 다수의 불이익이었다”며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 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의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재판부도 치우침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살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유죄를 선고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반면 이 회장은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며 “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소명했다.
이 회장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를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며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했다.
함께 기소된 전직 임원진들에 대해선 “평생 회사만을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또 최근 제기되는 ‘삼성 위기론’을 언급하며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23.2%의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기 위해 보유하지 않은 삼성물산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합병을 진행한 것으로 봤다.
앞서 1월 1심은 이 회장을 포함한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목적이 오직 경영권 승계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