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남보다 못한 가족들 [서초동 MSG]

입력 2024-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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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전국 법원에서 다루는 소송사건은 600만 건이 넘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경악할 사건부터 때론 안타깝고 감동적인 사연까지. '서초동MSG'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말랑한, 그러면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전해드립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소한 응어리에서 비롯된 일이 큰 분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라서 원만히 해결될 법한 다툼들이 되레 가족이기 때문에 소송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한 형제가 고령의 어머니를 설득해 다른 형제와 소송전을 벌이는 일도 자주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눈에 밟히거나 자식은 있는 법이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녀 중 장남이나 일부 자녀에게 선별적으로 재산을 먼저 물려주고, 그들이 부모 여생이나 제사를 맡았기에 나름 암묵적인 양해가 있었던 듯하다.

최근에는 부모 봉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거나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노부모의 생각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이에 불효소송(조건불성취부 증여 해제 및 원상회복 소송)이 한동안 유행한 적도 있었다.

노부모를 모시고 법무법인을 찾은 자녀가 소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모습은 변호사들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풍경이다. 다만 이를 넘어서서 쌍방 형사고소전이 펼쳐지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의뢰인은 부모를 여의자 형제가 한마음으로 유산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온 가족이 행복하게 식사를 마치고 헤어질 수 있었다고 자랑했는데, 가족 간 재산 문제가 원만하게 마무리된다는 건 큰 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어도비 스톡)
(사진 출처 = 어도비 스톡)

유명 연예인의 가족이 수익금을 횡령하는 소식 등은 주로 뉴스에서만 나올 듯하지만, 일상에서도 흔한 일이다. 아흔을 앞둔 어느 할머니가 ‘우리 영감이 평생 안 그랬는데, 갑자기 내 건물 임차인에게 찾아가 보증금을 몰래 받아서 이혼하고 싶다’며 찾아온 일도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올해 6월 친족상도례 중 필요적 형면제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28조 1항(친족간의 범행과 고소)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가정 내부의 문제는 특수성을 인정해 사법기관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71년간 유지됐는데, 효력을 잃게 됐다.

헌재가 결론 내린 헌법소원 청구인 중 한 명은 지적장애 3급으로, 부친 사망 후 친척들이 상속재산 등을 빼앗았지만 검찰이 공소권이 없다고 결정을 내리면서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이었다.

헌재는 또 4월 유류분 제도에 대해서도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형제‧자매가 상속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 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데도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유류분은 과거 재산을 공동으로 형성하는 이른바 ‘가산’제도가 존재했던 시절에 구성원의 기여 대가를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하여 생겨난 제도다. 현재의 개념과 가족 구조 등에 비춰 47년 만에 헌재 결정이 내려졌다.

이보라 변호사는 “결국 가족 간 재산 갈등은 관계의 근본적 유대가 약화하거나 상호 기대와 현실이 어긋날 때 많이 발생하는데, 법적 분쟁으로 치닫게 되면 그 상처는 더 깊고 돌이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 구성원 간에도 공정한 재산 분배에 대한 합의가 더욱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며 “헌재도 결정을 통해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만큼 상속과 증여 문제에서 명확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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