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남는게 기적”…남 일 같지 않은 샤프·노키아의 몰락[韓 ICT, 진짜 위기다上]

입력 2024-11-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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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등 기업 생산성 저하
국내 플랫폼 육성ㆍ보호장치 없어
빅테크 공습에 '네카오' 고사 우려
"혁신분야만이라도 별도정책 필요"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와 기술 패권 경쟁을 펼쳐야 하는 치열한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집권 하반기에도 플랫폼 규제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다. 대외적으로는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국내 ICT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인공지능(AI) 인재 확보도 어려워지면서 경쟁에서도 뒤처져 있는 열악한 상황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창업자의 기업가정신과 혁신 서비스로 성공 가도를 달렸던 벤처 1세대 기업들이 52시간 근무제, 혁신 서비스 부재 등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블랙베리, 샤프 등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시대에 잊혀지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국민 포털’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10년 사이 20%포인트(p) 넘게 하락하는 사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오랜 기간 국내 음원 시장을 수성해온 멜론은 지난해부터 유튜브뮤직에 1위 자리를 내주고 하락세에 직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소재 대학교수는 “우리나라는 자국 플랫폼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지만 빅테크가 조금만 힘을 가하면 네카오는 10년 안에 생존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내외 악재 속에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고 살아남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의 위기는 52시간 근무제가 촉발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삼성도 네카오도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밤새워 일해야 겨우 빅테크를 따라잡는 상황이지만 공무원처럼 일하면서 혁신을 바라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달콤함을 맛보면 기업 문화는 절대 헝그리하게 바뀔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게임업계의 경우 52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신작 출시 건수가 감소했고, AI 시대에서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빅테크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교수는 “지금 네이버 카카오를 괴롭힐 때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법을 제정하는 대신 현행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겠다고 하는데 빅테크가 강자고 국내 기업이 약자인데 어떻게 공정과 정의로 법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공정위는 전략적인 관점을 고려하지 않고 법의 공정만 따지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에서 자국 플랫폼 육성에 대한 의지조차 없다는 점이다. 해당 교수는 “삼성 위기론이 언급되자 이제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플랫폼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며 “네이버, 카카오 등 자국 플랫폼이 없어지면 구글은 그때부터 독점 사업자의 횡포를 보이고 지금도 내지 않는 망사용료나 세금은 당연히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ICT 기업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영근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으면 상황은 반전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 혁신분야에서 만큼이라도 별도의 기업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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