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공영은 오너 2세인 최문규 대표이사가 경영 전면에 나선지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들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확보하며 업종 불황을 타개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와 외부 차입금 증가로 유동성 부담이 커진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다. 지배구조 상 최 대표이사의 입지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1950년 설립된 한신공영은 올해로 74년 차를 맞은 중견 건설사다. 1997년 회사정리절차를 개시했으나,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코암시앤시개발을 통해 법정관리 중인 한신공영을 인수했다. 코암시앤시개발은 한신공영의 최대주주(36.76%)다. 즉 최 회장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인 코암시앤시개발을 통해 한신공영과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현재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최 대표이사는 최 회장의 장남이다. 최 대표이사는 2011년 한신공영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2016년 총괄부사장에 올랐다. 이듬해 한신공영 대표이사로 선임돼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한신공영은 긴 업역과 풍부한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공종 다각화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연결기준 관급 발주 사업 실적은 토목공사 2613억 원, 건축공사 2058억 원 등 총 4671억 원이다. 민간 영역에선 건축 및 토목 4041억 원, 해외 도급 468억 원 등의 실적을 올렸다. 이렇듯 민간과 공공 물량 수주가 꾸준히 진행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일정 수준 성공했다는 게 신용평가 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1조9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부문 별로는 건축 3627억 원, 토목 2138억 원, 자체공사 4103억 원 등이다. 기수주 계약 잔액은 공공부문 1조4969억 원, 민간부문 3조6526억 원, 자체사업 6202억 원으로 총 5조7697억 원 규모의 풍부한 일감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한신공영은 라오스 '참파삭-사바란주 상수도 공급사업', 베트남 '로테-락소이 도로 공사', 라오스팍세 제방공사 추가 보완사업, 참파삭주 메콩강변 종합관리사업, 캄보디아 5번국도 3공구 공사 등에 참여했다. 여기에 올해 최 회장이 한-캄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를 만나 현지 사업 확장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면 매출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신공영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9년 1조6233억 원에서 지난해 1조3090억 원으로 감소했다. 매출원가율이 치솟으면서 매출총이익은 1923억 원에서 89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출 대부분을 공사에 투입하는 상황이라 사실상 거의 남는 게 없는 것이다.
영업이익 낙폭은 더욱 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45억 원에서 148억 원으로 5년 새 88%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한신공영 관계자는 "해당 기간 건설 및 분양 경기가 하락세로 전환한 영향이며, 최근 3년 추이로 본다면 타 중견 건설사 대비 견조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차입금 증가세가 가파르다. 총차입금은 2019년 5842억 원에서 지난해 1조1179억 원으로 불어났다. 차입금 의존도는 45.3%까지 올라온 상태다. 부채총계가 늘면서 부채비율도 수년째 200%를 웃도는 등 안정권 이하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올해 초 한신공영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중장기적 재무부담 확대와 수익성 악화로 실적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방을 포함한 분양시장 전반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사업장의 매출 인식 차질, 영업자산에 대한 비경상적 손실 가능성, 공사원가 부담을 감안할 때 당분간 큰 폭의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한신공영은 최 회장에서 장남 최 대표이사로 승계가 진행 중이다. 특히 지분구조 상 승계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향후 최 대표의 경영 성과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제 한신공영은 올해 전재식 대표를 선임해 최 대표와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는 전 대표가, 해외는 최 대표가 이끄는 각자대표 체제로 방향을 튼 것이다.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 회장의 차남인 최완규 대표는 한신공영의 최대주주인 코암시앤시개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코암시앤시개발에는 두 오너 형제의 지분이 전혀 없다. 현재는 최 대표이사가 실권을 쥐고 있지만, 추후 지분 조정 과정에서 승계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직접적인 경영을 최 대표이사가 하고 있더라도, 각자대표 체제인 데다 지배구조 상의 지분 정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실적 등에 따라 차남으로 승계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