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실물침체로 경제활동 위축돼
금리인하 등 유연한 정책대응 필요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반등하는 가운데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로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화의 평가절하로 인한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입물가가 상승할 여력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서울 아파트 경매진행 건수가 지난달 380건으로 2015년 4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빅스텝 금리인하로 우리의 금리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경매시장의 물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코로나 기간, 지나치게 낮은 이자율 정책으로 ‘영끌’까지 한 청년층의 갭투자가 현재와 같은 장기간의 높은 이자율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리정책은 언제나 양면성과 양극성을 가진다. 즉, 금리를 낮추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우려도 상존한다. 또한 고금리일 때는 현금을 가진 사람이, 저금리일 때는 부채를 짊어진 사람이 유리하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지금이다.
고금리이지만 강남권 경매 낙찰가율을 28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는 부자들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모양새다. 결국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수출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대외적 금리 차이가 중요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같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 약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수입 물가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금리 유지는 환율 안정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현 고금리를 유지함으로써 가계부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우리의 높은 가계부채 비율은 금리를 인하한다면 더 많은 부채의 발생으로 금융불안을 유발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금융 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과 정부당국은 금리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함으로써 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문제는 실물경기 부진이다.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전국적으로 하락세이다. 체감 경기가 역시 어렵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현재와 같이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서는 금리를 인하하여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고금리를 유지하면 자금 조달 비용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어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은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재정적 부담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실물경기 부진은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청년취업률은 지난해 45%이고 전체 근로자의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이다. 즉,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기업들이 신규 채용과 설비 투자를 줄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주 52시간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가 필요하다. 국가경쟁력은 상대적이다. 이웃나라에서는 하지 않는 정책을 우리만 실행하는 것은 추가적인 비용증가로 상대적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통화정책의 효과는 시차가 두고 발생한다. 현재 경기가 하락 국면에 있다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추후 경기 회복에 더 효과적이라 판단된다. 따라서 현 고금리 유지는 경기 진작의 정책적 타이밍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유지 결정은 물가 안정과 환율, 금융 안정이라는 다중 목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 외의 정책 도구와 함께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재정정책과의 조화를 통해 경기부양책을 강화하거나,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 금리유지는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이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상황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특히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책 전환의 신호탄으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