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시대를 거꾸로 달리는 K-ETF 규제

입력 2024-11-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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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미국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는 지인들이 부쩍 늘었다. 주식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이들조차 올해는 투자 수익이 높다며 양도소득세를 걱정하기도 한다. 해외주식은 250만 원을 초과하는 매매차익이 생기면, 25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에 22%의 양도소득세가 붙는데, 꼼짝없이 내게 생겼다는 행복한 하소연도 종종 듣는다.

그렇다면 이 양호한 수익의 근원은 무엇일까. 테슬라나 엔비디아, 팔란티어와 같은 개별 종목도 있지만,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특히 3배 레버리지나 가상자산 관련 ETF를 빼놓을 수 없다. 나스닥 3배 레버리지 상품인 ‘프로셰어즈 QQQ 3배 ETF’(TQQQ), 비트코인 선물 레버리지 상품인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 등이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권에 포진한 것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개미들 사이에선 이미 3배 레버리지와 가상자산 ETF 투자가 일상이 됐지만, 국내 증시에서는 여전히 두 상품 모두 출시가 금지돼 있다. 투자자 보호차원이라는 금융당국의 뜻이 있긴 하다. 그런데도 미국 증시와 비교하다 보면 당국의 뜻이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해외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거래까지 시작됐지만, 우리 자본시장에서는 가상자산 ETF 허용 논의조차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자산운용업계의 오랜 바람인 3배 레버리지 ETF 허용은 뒷전으로 밀려 언급조차 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출시조차 불가능한 상품이지만, 정작 개미들은 미국 시장에서 관련 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무조건 규제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는 걸 방증하는 셈이다.

우리 자본시장도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시장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규제와 보호 조치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변화와 혁신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우리 증시보다 자유로운 최신 해외 동향과 ETF에 관심 많은 투자자를 고려하면 상품 다양성을 보장하고, 투자는 투자자 개별의 판단에 맡기는 게 적절하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정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상장 ETF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최근 취재 중 한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가 “가상자산 관련 상품 개발에는 눈길조차 안 주고 있다”며 “당국이 안 된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 이미 900개가 넘는 ETF가 출시된 상황에 좀 더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서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한숨 섞인 발언이었다. 투자자를 위해서도, 자산운용업계를 위해서도 ETF 규제와 관련해서는 논의해야 할 때다. 당장 모든 것을 허용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지금과 같은 규제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당국의 적극적인 고민과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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