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칠라’…“韓, 가상자산 징벌적 세금 대신 점진 과세 필요”

입력 2024-11-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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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주최 비대면 토론회
블록체인 친화적인 포괄 규제 도입
가상자산 사업자에 세제 혜택 부여
韓 기술 강해 게임ㆍ엔터 산업 등 기회

한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과세보다는 점진적 접근을 통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의 거대한 소매 시장과 기술적 기반으로 인해 아직까지 골든 타임이 지나진 않았지만, 포괄적 규제 도입과 글로벌 협업·경쟁이 있어야 ‘크립토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27일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는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11월 비대면 라운드테이블’을 주최했다. 이날은 한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과 글로벌 규제 현황 등을 주제로 안태현 로드스타트 매니징 파트너, 치아 혹 라이(Chia Hock-lai) 글로벌핀테크연구소(GFI) 공동의장, 윌슨 청(Wilson Cheung)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APAC) 및 중동·아프리카(MEASA) 지역 준법감시책임자가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과세였다. 안태현 파트너는 “과세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엑소더스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2018년부터 유출이 이미 시작됐고,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이용자만 2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치아 혹 라이 글로벌핀테크연구소(GFI) 공동의장은 “한국의 리테일 거래 시장이 최근 세금 문제로 모멘텀이 줄어드는 것은 위협”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징벌적 세금 정책보다는 점진적 과세 프레임이 중요하다”면서 “단기 투자자와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금 차별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대표적으로 미국은 장단기 투자 및 소득에 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달리하고 있다. 18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글로벌 가상자산 과세 현황 및 국내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은 1년 이내 단기투자는 개인소득에 따라 종합소득세율(10~37%)로 과세하지만, 1년 이상 장기투자의 경우 보유기간 별로 차등세율을 적용한다.

혹 라이 의장은 “한편으로 한국 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세금도 중요하다. 한국의 많은 크립토 프로젝트가 해외로 나와 있다”면서 “한국에서 혁신적인 사업이 나오려면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세제 혜택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도 촉진해야 한다”고도 말해 세금이 개인 투자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큰 유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윌슨 청 바이낸스 APAC·MEASA 준법감시책임자는 국제 공조를 통해 세금 등에 의한 ‘규제 아비트라지’를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청 책임자는 “최근 OECD 국가들이 협력해서 가상자산 투자자 정보를 교환하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면서 “규제가 강한 쪽에서 약한 쪽으로 (자금이나 기업이) 흘러 들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선진 국가들과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청 준법감시책임자가 언급한 암호화자산자동정보교환체계(CARF)는 OECD가 2027년 도입을 목표로 준비 중인 국제 공조 체계다. 국내 업계에서도 CARF 도입 시기와 과세 시기를 맞추기 위해서 과세를 2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들은 한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가 되기 위한 ‘골든타임’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면서도, 규제 명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포괄적·독자적 규제 리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혹 라이 의장은 “(한국에는) 블록체인 친화적인 규제 리폼을 통해 포괄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두바이가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 중에서 가장 진입이 늦었지만,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건 VARA라는 독자적 기관이 독자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를 노리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기술이 강하다는 것”이라면서 “기술 기반을 바탕으로 게임, 엔터 산업을 발굴한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 준법감시책임자는 “한국 정부의 규제가 강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가장 먼저 트레블 룰을 도입했을 정도로 국제적 표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면서 “규제가 잘 정비되기만 한다면, 향후 발전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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