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두뇌' 美·中으로…한국엔 인재가 없다 [韓 ICT, 진짜 위기다下]

입력 2024-11-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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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급인력 취업이민 5700명
印ㆍ中ㆍ브라질 이어 4번째 많아
오픈AI 등 평균 연봉 10억 훌쩍
글로벌 패권 경쟁서도 계속 밀려
"이공계 사회적 대우 증진해야"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인재가 고갈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억대 연봉과 파격적인 혜택과 중국의 ‘레드머니’가 우리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STEM(Science·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Mathematics·수학) 인재를 집중 육성하고, 중국도 인재 리쇼어링 제도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시행하는 등 핵심 두뇌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인재 부족으로 인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2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미국 정부로부터 지난해 고급인력 취업 이민 비자인 ‘EB-1·2’를 발급받은 한국인은 5684명이다. 인도(2만905명), 중국(1만3378명), 브라질(1만1751명)에 이어 4번째로 많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지난해 졸업생 수 2870명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자 발급 수를 인구 10만 명당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10.98명이 되는데, 이는 인도(1.44명)와 중국(0.94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적은 인구를 가진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두뇌가 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인재유출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미국·중국 등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기업의 막대한 연봉 격차 때문이다. 오픈AI, 앤트로픽 등 미국 AI 대기업의 평균 연봉은 10억 원을 훌쩍 넘는다. 미국의 급여 협상 서비스 기업 ‘로라(Rora)’에 따르면, 지난해 오픈AI의 박사급 AI 연구원 연봉 평균은 86만5000달러(약 12억875만 원)이었다. 같은 조건에서 앤트로픽은 85만5000달러(약 11억9460만 원), 아마존과 구글은 각각 71만9000달러(약 10억458만 원), 69만5000달러(약 9억 7105만 원)였다.

이에 비해 한국 ICT 대기업 평균 연봉은 낮은 편이다. AI 서비스 매칭 플랫폼 ‘AI 히어로즈’에 따르면, 대기업에 다니는 AI 연구원의 35.1%만이 1억 원 이상 연봉을 받았다. 21.6%는 85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 35.1%는 6000만 원 이상 8500만 원 미만이었다.

업계에선 인재 부족이 촉발하는 기업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결국 우수한 AI는 우수한 인재에서 나온다”며 “AI는 인재 그리고 자본이 만든다. 하나라도 없으면 힘들다”고 토로했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보안 시장은 특히 통신, 플랫폼 등에 비해 파이가 작아 페이(연봉)도 낮다”며 “보안에서 게임으로, 게임에서 플랫폼·통신으로, 국내 대기업에서 미국이나 중국으로, 인재가 단계적으로 유출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인력 부족 인원은 2019년~2023년 800명에서 2024년~2028년 4만7000명으로 전망된다. 부족 인원이 5년 새 약 60배나 급증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국내 이공계 인재의 사회적 대우를 증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처우 개선을 넘어, 직업적 성장이나 학문적 업적 등을 고취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사회로 나가는 이공계 인재에 대한 대우가 좋아야 한다”며 “학생들은 ‘내가 이 회사에 있으면서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을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또, AI라는 기술이나 학문 자체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런 인재들 위주로 키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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