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 시 미 수입차 평균 418만 원↑
빅 3 주가 하루새 93억 달러 증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캐나다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현실화할 경우 미국 자동차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받고 물가가 급등하는 등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마약 유입 ·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이유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통해 무관세 원칙이 적용되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만약 이 정책이 시행된다면 무엇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둔 세계 자동차업체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미국은 1992년 이 두 국가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고, 이후 트럼프 1기 행정부인 2018년에 NAFTA를 개정한 USMCA를 체결해 기본적으로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 이에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인건비 등 생산 비용이 미국보다 저렴한 멕시코와 캐나다 공장에서 완성차와 부품 등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왔다.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의 90%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미국 자동차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멕시코자동차협회(AMIA)에 따르면 1~7월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소형차 대수를 살펴보면 제너럴모터스(GM)가 35만4723대로 1위를 차지했고 2위 포드(19만5595대), 4위 스텔란티스(17만4476대) 등 미국 ‘자동차 빅3’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 자동차산업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세가 인상될 경우 미국에서 조립되는 차량의 비용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허덕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 상품을 수입하는 회사는 관세를 직접 지불하지만, 그 비용은 필연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울프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양국에 25% 관세 부과 시 미국이 수입하는 차량 평균 가격이 3000달러(약 418만 원)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USMCA 협상 당시 멕시코 수석 협상가였던 케네스 스미스 라모스는 “25% 관세는 멕시코 자동차산업에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미국이 자기 발에 총을 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예고에도 미국증시는 상승했지만, 자동차 관련주는 급락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GM 주가가 8.99%, 스텔란티스는 5.68%, 포드는 2.63% 각각 급락했다. 세 업체 시가총액은 하루 새 93억 달러(약 13조 원) 증발해 총 1407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서한’ 전문을 공개하고 “관세가 하나 부과되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다른 관세 조처가 올 것”이라고 보복 관세를 시사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관세로 기업과 소비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는 데 어떤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