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막자”…이수페타시스 주주대표 선출
감사 해임 요구·사모펀드 고소 등 적극 움직임
‘이사충실의무 확대’ 등 상법개정안 처리 주목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회사의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기 위해 뭉치고 있다. 이수페타시스가 8일 올빼미 공시로 유상증자를 공시하고, 이 자금을 본업과 동떨어진 이차전지 소재 기업 제이오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데 반발하기 위해서다. 공시 당일 3만174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만1600원으로 31.9% 미끄러졌다.
27일 주주행동 플랫폼인 액트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시스 소액주주들은 주주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29일까지 후보자를 받고 있다.
이들은 회사가 본업과 상관없는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선 점, 그리고 이같은 결정을 올빼미 공시로 알린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이오는 탄소나노튜브를 주력으로 하는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이수페타시스 본업과의 상관성이 크지 않다”며 “고다층인쇄회로기 단일 사업 구조 탈피를 위한 신규 사업 진출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주주가치 훼손이 동반되는 유상증자가 합리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액주주들은 스스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소액주주가 지분을 모아 감사위원 교체 등을 구체적인 요구에 나서기도 했다. DI동일 소액주주는 지분 3.2%를 모아 김창호 기존 감사를 해임하고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 회장을 선임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DI동일의 최대주주인 정헌재단에서 직원이 횡령한 사건을 문제 삼았다. 다만 25일 임시 주총에서 이뤄진 표 대결에서 소액주주의 안건이 부결되면서 신규 감사 선임은 실패했다.
소액주주가 행동주의 펀드와 법적으로 공방을 벌이는 사례도 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19일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를 검찰에 고소하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KCGI가 고의로 DB하이텍의 경영권을 흔들어 단기 차익을 얻고 주주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게 주주 측 주장이다. KCGI는 지난해 3월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며 경영권에 참여했다가 지분 일부를 DB하이텍 모회사인 DB아이앤씨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했고 이후 주가는 하락했다.
최근 바이오 기업 오스텍 주주들도 ‘쪼개기 상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코스텍은 폐암치료제 신약의 원개발사로 로열티 수입이 예상됐는데, 자회사인 제노스코가 상장하게 되면서 모 회사의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온라인으로 주주가 언제 어디서든 결집할 수 있게 되면서 개미(국내 투자자)의 결집력과 행동이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주주행동 플랫폼은 마이데이터를 통해 실제 주주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응집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힘을 실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기업 이사들에게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와 보호의무를 함께 적용하는 상법 개정안을 최종 확정해 발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소위원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나 국민의힘과 재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전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상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국내 자본시장에서 유상증자는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가 가장 두드러지는 상황이기에 주주충실 의무를 확대 도입해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