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 커지자 기업들, 달러빚에 ‘허우적’…이익 규모는 감소

입력 2024-11-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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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전문 기업 라파스의 주요 판매전략은 해외 화장품 브랜드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스킨케어용 마이크로 니들 패치를 제조자개발생산(ODM) 형식으로 납품하는 일이다. 미국과 일본 고객사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내수 판매보다 수출이 많고, 전체 수출액에서 특히 외화 비중이 높은 전형적인 수출기업이다. 최근 달러당 원화가치가 1400원을 웃돌면서 판매제품의 수출대금에도 변동이 생겼다.

라파스는 최근 ‘파생상품 거래 손실’ 발생을 공시했다. 3분기 결산시 발생한 파생상품평가손실 금액은 약 40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12.38%에 달하는 규모다. 라파스는 “전환사채 파생상품 부채인식으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실질적인 현금 유출이 실현되지 않는 평가손실”이라면서도 “평가손실 확정 시 비이자부문 등 기타 영업외비용에서 손실이 발생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1400원’이 뉴노멀이 됐다. 과거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이 평균이 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환 손실이 커지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값이 급격히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환 파생상품 손실도 불어나는 중이다. 외화 표시 부채 평가액도 크게 늘어나면서 상장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외환손실은 15조1081억 원으로 외환이익(14조3072억 원)을 웃돈다. 외환손실은 지난해 3분기 14조2285억 원보다 약 6% 증가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외환이익은 올해 들어 1분기 17조2952억 원에서 2분기 14조3073억 원, 3분기 11조2535억 원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외화 표시된 이익이 줄어들고, 손실은 늘어난 것이다.

반면 외환 관련 순손익은 올해 1분기 마이너스(-) 7708억 원에서 2분기 -8010억 원으로 증가세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로 기업이 보유 중인 외화자산과 부채가치가 변화에 따라 손익이 발생한 것이다. 외환순손익은 영업손실과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 관련 영업외 손실로 잡히면서 당기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외환차손, 외화환산손실 등이 증가하면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올해 3분기 외환손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HD현대그룹이었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부터 외화관련순손익이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해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전환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외환손실이 -3338억 원으로 가장 컸다. 올해 1분기 2726억 원에서 5000억 원가량 외환손실을 봤다. 이어서 HD현대(-3335억 원), HD현대중공업(-1654억 원)의 외환손실이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외환 관련 순손익도 -1704억 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1191억 원, 2분기 1141억 원으로 꾸준히 외환손실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 KT&G도 3분기 들어 외화 관련 순손익이 -1654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국내 대표적 담배 제조사인 KT&G 역시 자금 수입과 지출의 대부분이 미국 달러화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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