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도 차주 이자부담 체감 당장은 어려울 듯

입력 2024-11-28 11:15 수정 2024-11-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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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08년 이후 첫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
가계ㆍ자영업ㆍ중소기업 등 취약차주들 대출이자 부담 완화될 수도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은행들 대출금리 인상이 관건
실체 금리 인하 체감까지는 시일 걸릴 듯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하하면서 이자부담에 허리가 휘는 차주들의 부담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그 동안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제한 압박에 은행들이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인상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올려온 데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자들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달에도 은행들은 지속적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상당기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 연속 0.25%p 낮춘 것이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한 건 ‘닷컴버블’과 9.11테러 사태가 불거진 2001년(7~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2008년(2008년 10월~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금리가 인하되면서 금융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비용도 줄어들어 대출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 0.50%p 인하되고 대출금리도 그만큼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6조 원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30만6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에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67.7%)을 적용해 산출한 것이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은 약 3000억 원(1인당 24만 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5월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16일 발표한 '2024년 5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은행 대출 연체율은 0.51%로 전월(0.48%)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연체율은 2월 0.51%로 4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3월 분기 말 상·매각으로 하락했다가 4월 반등한 뒤 두 달째 상승세다. 5월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7000억원으로 전월(2조6000억원)대비 1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2조원으로 전월대비 5000억원 증가했다. 이날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5월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16일 발표한 '2024년 5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은행 대출 연체율은 0.51%로 전월(0.48%)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연체율은 2월 0.51%로 4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3월 분기 말 상·매각으로 하락했다가 4월 반등한 뒤 두 달째 상승세다. 5월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7000억원으로 전월(2조6000억원)대비 1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2조원으로 전월대비 5000억원 증가했다. 이날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0%p 떨어지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3조5000억 원(1인당 111만 원)가량 감소했다. 자영업자 다중채무자는 이자 부담이 2조5000억 원(1인당 139 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같은 추정과 실제 체감은 다를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들이 일제히 가산금리 인상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어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대출)을 제외한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가계 예대금리 차는 1.036%p로 전월(0.734%p) 대비 0.302%p 더 벌어졌다. 이들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 차가 1%p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1.028%p)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실제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고공행진 중이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달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55%로 전월(4.23%)보다 0.32%p 올랐다. 8월(0.02%p), 9월(0.15%p)에 이어 상승세를 유지했으며, 2022년 9월(0.39%p)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인상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됐지만 올해 연말까지는 눈에 띄는 수준의 대출 금리 인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금리에 맞춰 대출 금리도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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