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4인터넷은행, 비수도권 중소기업 자금공급 등 '핵심'

대주주·주요주주 대응력으로 ‘안정성’ 심사
‘포용금융의 혁신’ 지속 실현 가능성 살피고
핀테크·지역금융기관 협업도 중점 평가 요소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항목 및 배점.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전문은행(인뱅)을 선정할 때 비수도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자금공급 계획을 핵심 지표로 제시했다. 자금조달의 안정성과 함께 이 분야에 대한 자금공급을 인가 심사 배점에 새로 포함해 차별화된 인터넷은행을 탄생시킨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까다로운 심사 조건을 달았지만 지난번 인뱅 심사 때와 달리 이번엔 신규인가 예정 개수를 명시하지 않았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인터넷은행 신규인가 심사기준 및 절차’를 발표했다. 핵심 심사기준은 △자금조달 안정성 △사업계획 혁신성 △사업계획 포용성 △실현가능성 등이다.

2015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2019년 토스뱅크 인가 당시보다 배점이 높아진 평가 항목은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과 사업계획의 포용성이다. 각각 100점에서 150점, 2015년 140점·2019년 150점에서 200점으로 올랐다.

특히 ‘지역 기업(비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계획과 실현가능성 항목을 신설해 50점을 부과하기로 했다. 혁신성의 경우, '기존 금융권에서 공급하지 못한 혁신적 금융상품·서비스 제공 및 실현가능성'과 '기존 금융산업 경쟁도 제고'의 배점이 기존 250점에서 300점으로 높아졌다.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계획과 안정적인 자금조달, 포용성 등 깐깐해진 심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아예 인가 대상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쟁도 평가결과 '2개사 이하'를 신규 인가하겠다고 밝혔던 지난 심사 때와 달리 인가 개수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창국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충분한 자본력과 건전성, 혁신적인 사업계획 등을 중심으로 법령상 요건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인가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사업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평가 강화안’을 내놨다. 인가 심사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구성·운영하는 민간 외부평가위원회(금융감독원장 자문기구)에 ‘기술평가 분과’를 신설한다. 또, 설립 이후 5년간 자금공급계획의 구체적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도 마련했다. 제출한 계획의 이행 여부, 신용평가모형의 현실 결과치 등을 살펴 은행법상 은행업무의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인가조건으로 부과한다.

자금조달 안정성을 평가하는 자본금 기준은 은행업 자산규모와 기존 인터넷은행 3사의 자본금 수준을 고려해 심사하기로 했다. 이때 대주주(최대주주)뿐 아니라 개별 주요 주주의 자금 조달방안도 명시하도록 해 자금공급 능력 점검 강도를 높였다.

금융당국은 신규진입 희망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정한 중점 고객군 대상 자금공급계획에 더해 ‘기존 금융권이 자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에 대한 혁신서비스 제공 계획을 제출하는 경우, 가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안 국장은 “경쟁이 부족한 분야가 여전히 있고, 아직 자금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혁신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금융당국의 생각과는 다른 분야가 있을 수 있어 제한을 두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경쟁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신용대출 시장의 경쟁이 부족하고, 비수도권의 금융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기업, 지역금융기관과의 협업 계획도 중요 심사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포용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과의 협력 추진도 필요하다고 봤다. 안 국장은 “주주 구성계획을 포함해서 여러 기업과의 제휴 계획에 따른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중점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제4인뱅 도전 의사를 밝힌 컨소시엄은 더존뱅크(신한은행), 유뱅크(IBK기업은행), 한국소호은행(우리은행), 소소뱅크, AMZ뱅크 등 5곳이며 은행은 투자 참여를 결정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플레이어로 참여할 의사를 밝힌 컨소시엄에 은행이 투자하는 것 자체는 심사 과정에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안 국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애초 은행들은 투자 지분 10% 이상을 넘길 수 없어 주요주주, 대주주가 되는 데 제한이 있다”며 “대부분의 컨소시엄에 은행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 있어서도 과연 가점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제4인뱅' 윤곽은 예비심사 결과가 나올 내년 상반기에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 예비인가 일괄접수·심사를 거친 뒤 약 2개월 후인 내년 상반기 중 심사 결과가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