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키우는 데 큰 역할"…영화인들이 말하는 영화제의 중요성 [위기의 지역영화제 ②]

입력 2024-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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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2-0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관객은 많아지는데, 돈이 없어 관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야외에서 스크린을 보고 있다. (무주산골영화제)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야외에서 스크린을 보고 있다. (무주산골영화제)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영화제들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2013년에 시작한 무주산골영화제는 올해 유료 관객 1만8000여 명의 성과를 냈다. 유료관객수로만 따지면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많은 관객이 찾고 있는 영화제다.

무주는 인구 2만3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소도시다. 다른 지방 소도시와 마찬가지로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이며 문화소외지역이다. 하지만 영화제 기간 3만5000여 명의 관객들이 무주를 찾는다. 거주 인구를 상회하는 규모다. 조 프로그래머는 "이 관객들이 내는 경제적 효과는 약 179억 원 정도"라며 "아주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100억 원 정도의 효과를 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무주산골영화제에는 20·30세대 관객 비율이 81%를 차지하는 젊은 영화제이기도 하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았지만, 올해 영화제 지원 예산은 0원이었다.

조 프로그래머는 "올해 정부는 딱 10개의 영화제를 지원했을 뿐"이라며 "팬데믹 이후 매년 크고 작은 영화제가 증가하고 있는 건 그만큼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거나 볼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객에게도, 영화인들에게도,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영화제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역영화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무책임하고 시대착오적"

문화체육관광부의 기조는 간명하다. 지역영화제는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제의 지자체 지원금은 한 번 정해지면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중앙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지자체에 지원금 유지 또는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게 지역영화인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이승우 대구단편영화제 사무국장은 "중앙과 지역을 이분화하는 매우 무책임하고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라며 "그런 논리라면 절반 정도가 지역에서 조성되는 영화발전기금은 왜 지역에 정률로 배분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부분 지방 예산은 국비와 매칭으로 집행된다. 국비 지원은 지방 예산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라며 "지역영화제는 지역 예산으로 지원하면 된다는 논리는 실무 입장에서는 실소를 나오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대구단편영화제는 2020년부터 매년 2500만 원에서 3000만 원가량의 국고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에는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이 사무국장은 "대부분 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대구단편영화제는 내년에 시 예산마저 3000만 원 가량 삭감이 예정돼 있다. 극단적인 긴축운영이 불가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역영화제는 한국영화 역동적인 다양성 만드는 중요한 축"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영화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 (대구단편영화제)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영화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 (대구단편영화제)

지역영화제는 단순한 지역의 묘사를 넘어 지역에서의 삶과 기억, 공간의 정서를 응축해낸다.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오멸 감독의 '지슬'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2013년에 개봉한 '지슬'은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4만 명의 관객수를 동원했다. 제주에서만 2만7000여 명의 관객이 관람했는데, 당시 제주 지역의 상영관은 단 3개에 불과했다. 지역에서 제작돼 지역민들이 크게 호응한 지역영화로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소위 로컬시네마가 한국영화의 역동적인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축이라는 게 이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역영화제는 신작 소개, 제작지원, 창작자 간 네트워크 형성 등을 통해 단순한 영화제를 넘어 이러한 로컬시네마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라며 영화제 예산 증액 이유를 밝혔다.

정부가 영화제 지원을 축소하고 있지만, 영화제를 방문하는 관객이 갈수록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이 사무국장은 "스크린독과점에 따른 한국 상업영화에 대한 피로감 그리고 수준 높은 독립·예술·다양성 영화에 대한 갈증이 표면화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또 그는 "지금의 성취는 과거 20여 년 간 축적돼 온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역동성의 산물이라는 점 그리고 그 중 큰 부분을 지역영화를 위시한 한국의 독립영화가 차지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입김에 따라 영화관련 정책이 왔다갔다 하지 않도록 당장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부터 제일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제26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전경. 관객들이 야외에서 스크린을 보고 있다. (정동진독립영화제)
▲제26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전경. 관객들이 야외에서 스크린을 보고 있다. (정동진독립영화제)

독립영화의 저변 확대와 지역 영상문화 활성에 이바지하고 있는 정동진독립영화제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정동진영화제를 찾은 관객수는 1만4000여 명이었다. 지난해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강릉 지역주민보다 타지역 거주자가 9배 많을 정도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젊은 관객들이 많이 찾는 정동진영화제 역시 2020년부터 3년간 국고 지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정부로부터 예산을 한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김슬기 사무국장은 "영화제 예산이 축소되고, 공모에 탈락해 올해는 지원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편의시설 확대, 상영 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예산 중단으로 인해 늘어난 관객들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공적지원금 축소로 인해 영화제 지속은 매년 쉽지 않다"라며 "영화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후원과 지역기업의 참여를 늘리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내년 영화제 지원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본지에 "아직 예산 확정 전이고 아무래도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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