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2회 연속 인하·부총재 소수의견·1%대 성장 전망 ‘이변 속출’ [종합]

입력 2024-11-28 15:02 수정 2024-11-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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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회 연속 인하 단행
부총재 소수의견, 2004년 11월 이후 처음…총재 “과거패턴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
올해·내년 경제전망 각각 1%대로 낮춰…시장 “한은 1%대 성장 전망 예상 밖”

올해 마지막으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회의 결과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15년여 만에 2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내렸고, 금통위원으로 참여하는 부총재가 20년 만에 소수의견을 던졌다. 내년과 내후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대로 낮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앞두고 교역환경 불확실성이 커진만큼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금융안정 대신 환율·대외변수 주요 고려…“예상보다 경제 하방 압력 커져 인하 더 빨리 결정”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결정적 배경은 경제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작용했다. 그동안 금리 동결 배경 내지 고려사항이었던 금융안정 리스크는 과거보다 약화됐다. 대신 환율과 대외변수로 인한 경제성장 불확실성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28일 금통위의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의결문을 보면 첫 번째 문단에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는 문구가 반영됐다. 금통위 의결문 첫 번째 문단에 성장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드물다. 동시에 10월 기준금리 인하 당시 금통위 의결문에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서술한 반면 이번에는 ‘신중히’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이창용 총재는 “‘신중히’라는 단어가 없어진 것은 경기보다는 저희가 고민했었던 금융 안정 문제, 부동산이라든지 가계부채 문제가 이번에 많이 완화됐다”며 “반면에 환율에 대한 걱정을 이번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 대선 이후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주목했다. 한은은 글로벌 무역갈등과 관련한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갈등이 격화될 경우 내년 성장률은 기본 전망(1.9%)보다 0.2%p 낮고, 2026년 성장률(기본 전망 1.8%)은 0.4%p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1%대 성장률을 인정하고 발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예상 밖이었다”고 말했다.

연속 금리 인하로 중립금리 이하의 완화적 수준도 염두에 뒀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총재는 “미국 경제 정책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우리 수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면서 경기가 우리가 예측한 것보다 더 낮아질지 아니면 그 위에 있을지 이런 것들을 보면서 결정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중립금리 이하로 내려간다 안 한다 이런 것을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저희 예상보다 경제 하방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내려가는 속도를 좀 더 빨리하는 걸로 결정한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가장 정확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로 수출 리스크가 해소될지에 대한 질문에는 “수출로부터 내수로 전파되는 온기가 많이 낮아질 것에 대비해서 기본적으로 금리를 낮추면서 내수 전체에 영향을 주는 그런 것을 고려했다”며 “현재 수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의 상당 부분은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이 좀 낮아지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이라든지 구조개혁을 통해서 수출에는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리는 그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받쳐주는 그런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 굉장히 많이 논의…여러 수단 동원해 변동성 완화할 것”

이번 금리 결정 과정에서 또 다른 화두는 환율이었다. 미 대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10원선까지 고점을 높였고,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성 메시지까지 냈다. 이날 동결 소수의견이 나온 배경에도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이 총재는 ‘1400원대’란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강조했다.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에 금리 결정이 미치는 영향을 굉장히 많은 논의를 했다”며 “결론적으로는 지금 환율 변동성을 당연히 염두에 두고 통화정책을 하고, 다만 이 변동성을 관리하는 데 외환보유고도 충분하고 또 여러 가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변동성 관리 수단으로 국민연금과의 외홥스왑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하고 12월에 스왑 액수 등을 확대해서 다시 재연장하는 것으로 논의 중”이라며 “정부와의 정책 협조를 통해서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변동성을 완화시켜가면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촉발된 원화 약세 현상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이 총재는 “미국 대선 결과를 앞두고 소위 말하는 트럼프 트레이드라는 것이 막 커져서 환율이 달러가 굉장히 강세가 되면서 (원화가) 굉장히 빠르게 절하됐는데 일단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간 좀 숨을 고르는 모습이고 오히려 최근에는 원화의 절하 속도가 다른 화폐의 절하 속도에 비해서 크게 나빠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총재 소수의견’ 등장, 총재 “과거 패턴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

금통위에 참여하는 부총재가 소수의견을 낸 것은 2004년 11월 이후 20년 만이다. 당시 박승 총재 시절 금통위는 금리 인하(3.50→3.25%)를 결정했지만 부총재였던 이성태 위원은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부총재의 소수의견에 대해 “과거 패턴을 통해서 지금 현재를 해석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면서 “원칙적으로 (총재와 부총재는) 보통 많은 공감을 하고 있지만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그런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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