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성적을 써내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올해 임직원 수는 줄이고 비정규직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 통·폐합, 비대면 업무 확대 등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직원 수를 줄여 비용 절감을 하는 대신 비정규직을 채용해 업무 공백을 메운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총임직원 수는 7만27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2826명) 대비 0.16% 감소했다. 반면 비정규직 수는 지난해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이 고용한 비정규직 수는 8181명으로 3.26%(7923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비정규직이 1267명에서 1448명으로 14.29%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연금 부문 등에서 전문 인력이 필요해 경력직 수시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701명에서 765명으로 9.13%, 국민은행은 2290명에서 2436명으로 6.38% 각각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939명, 2726명에서 5.86%(884명), 2.86%(2648명)로 소폭 줄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내부통제 인력을 추가 배치하며 시간제 근무 형태를 줄이고 전일제 근무 형태가 늘어나 비정규직 인원이 줄었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인력구조조정을 통해 기존 직원들을 내보내고, 새 인력을 뽑는 데 소극적으로 변화한 이유는 ‘금융의 디지털화’가 꼽힌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대면 영업 확대가 조직원 구성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뜻하는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직원 1인당 이익은 평균 1억59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3.6% 줄었다.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경우 직원 1인당 이익은 평균 3억8100만 원으로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기존 점포 운영을 예전과 같은 규모로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5대 은행이 국내에 설치한 지점과 출장소는 올 상반기 3920곳으로 2020년 말(4425곳) 대비 500곳가량 줄었다. 올해만 총 56곳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은행권이 비정규직을 늘리는 배경으로 전문 인력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사가 과거와 달리 종합 자산관리로 영역을 넓히며 전문 역량이 더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이달에도 서비스 개발부터 자산관리, 리스크 관리, 신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직을 채용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대면 채널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영업 인력을 많이 뽑았지만, 지금은 비대면 업무가 증가하고 영업 인력이 과거만큼 필요하지 않다”며 “디지털 등 각 세부 분야에서 전문성을 겸비한 경력직, 전문직 등을 채용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