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신한저축은행 상무 “칠전팔기의 마음으로 도전, 기회는 온다”[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⑱]

입력 2024-1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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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2-01 17: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이 된다는 건 도전적인 과제다. ‘임신과 출산을 할 수도 있어서’, ‘남성보다 추진력이 떨어져서’, ‘할 수 있는 직무가 한정적이어서’ 등 성차별적인 시선에 좌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김소연 신한저축은행 준법지원실 상무는 승진의 벽에 몇 번이고 부딪히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끝에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금융권 뜨거운 감자인 ‘소비자 보호’를 위해 준법감시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확신을 몸소 증명해냈다. 지난달에는 자금세탁방지의 날·금융정보분석원 설립 23주년 기념식에서 자금세탁방지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뤘다.

"가장 큰 벽은 경력의 편향성과 보수적 문화"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신한저축은행 본사에서 만난 김 상무는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이 적은 이유로 업무 경력 편향과 금융권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를 꼽았다. 그는 “과거 여성 직원들은 수신 업무처럼 경력의 확장성이 낮은 부서에 배치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이나 네트워크를 갖출 기회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축은행 업권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그는 “특히 대형사나 지주계열 저축은행에서는 여성 법적 책임자 자리가 점차 늘고 있다”면서 “경력 편향성이 완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여성 임원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쌍둥이 남매를 키우며 경력을 이어간 김 상무도 ‘워킹맘’의 설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장시간 보육이 가능한 곳을 찾아 여러 번 이사를 해야 했다”면서도 “가족의 도움과 회사의 제도적 지원 덕분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들이 자라면서 제 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현재 신한저축은행은 육아 휴직과 최대 3년간의 단축 근무를 통해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항상 1등 거머쥐는 모범생…승진 좌절에도 묵묵히 '진인사대천명'

김 상무는 과장 승진 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남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단련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그때 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금융 조사와 관련된 시험에서 언제나 1등을 하고 해외 연수의 기회도 잡고 그렇게 한 단계씩 성장하며 결국 승진의 문을 열었다”고 회고했다.

김 상무는 후배들에게도 학습과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리더로서 업무를 잘 모르고 지시할 수 없어 새로운 법과 제도가 나오면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또 “실력이 특별하게 빼어나고 퍼포먼스가 화려해서 돋보일 수도 있겠지만, 관계 속의 배려, 화합, 유연함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좋은 팔로워가 훌륭한 리더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면서도 적극적 태도, 긍정적 사고, 좁은 시각으로 매몰되지 말고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상무는 기본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이다. 사내 인트라넷 대·내외공문, 업무자료, 감독기관 홈페이지 등 업무와 상관없이 새로운 게시글이 올라오면 무조건 필독한다. 그는 “실무자 시절에 이 습관은 업무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일찍 출근하는 습관도 여전하다. 신입사원 때부터 사무실에서 항상 제일 먼저 출근했다. 출근 후 전날 업무, 오늘 할 일, 직원들에 대한 생각, 고객의 말씀 등 업무뿐 아니라 신문도 보고, 기사도 검색하며 생각과 계획을 정리하는 것이 루틴이다. 그는 “이 시간이 하루 중 제일 평화롭게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신한저축은행 상무가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한금융그룹백년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김소연 신한저축은행 상무가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한금융그룹백년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지배구조법 개정에 발맞춘 선제적 내부통제 강화"

김 상무 지휘하에 신한저축은행은 지배구조법 개정에 따라 내부통제 체계 개선에 나섰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 역할과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 의무가 명시화되면서,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준법감시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신한저축은행은 업계 최초로 책무구조도 및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조치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매뉴얼과 가이드를 마련했으며, 내년 파일럿 운영을 목표로 책무구조도 관리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저축은행 업권은 2026년 7월부터 시행하면 되는데 선제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미리 운영하는 것이다. 올해 연말까지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 내부통제 기본방침과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임원과 대표이사의 관리조치와 보고가 적절히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

김 상무는 “법규 준수를 넘어 윤리적 행위와 시민성을 지향하는 수준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준법감시 조직에 대한 지원과 권한 강화를 통해 금융사고 예방은 물론 고객 신뢰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여성 리더 육성 위한 에스코어와 내부통제 강화 프로그램"

그는 신한저축은행 내부에서 여성 리더십을 확대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창설했다. 신한금융그룹의 대표적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쉬어로즈(SHeroes)’를 경험한 그는 이를 바탕으로 사내 여성 책임자를 위한 프로그램 ‘에스코어(S-CORE)’를 만들었다. 그는 “2019년 신한 쉬어로즈 2기 활동을 하면서 업권은 다르지만, 선배들의 과거 경험담, 위기극복사례, 직원들과의 에피소드, 문제 해결 방식 등을 들으면서 정말 많은 공감과 도움을 받았다”며 “이러한 기회를 후배들에게도 주고 싶어 사내 여성리더육성 프로그램 창설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차장급 이상 직원들이 참여하며, 리더십 연수와 네트워킹 활동을 통해 조직 내 역할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스코어는 그룹 내에서도 모범적인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그가 주도한 ‘내부 통제 사각지대 찾기’ 캠페인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발견한 위험 요소를 제보하면 시스템 개선과 프로세스 자동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포상도 제공돼 내부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김 상무는 “직원과 영업점의 제보 등으로 점검 강화나 자동화 등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소연 신한저축은행 상무가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한금융그룹백년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김소연 신한저축은행 상무가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한금융그룹백년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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