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급한 게 아닌데…K-디스플레이의 '비명' [지원하거나 역전 당하거나] <상>

입력 2024-12-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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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오른쪽)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11.12.  (뉴시스)
▲이철규(오른쪽)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11.12. (뉴시스)

국회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미국 대선이 맞물리며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에 여야 이견이 없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산업의 분위기는 다르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술은 아직 글로벌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의 추격으로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아직 눈에 띄는 정책이 없어 초격차 기술 확보에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 등 일부에 여야 이견이 있지만, 전체적인 법안 취지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하루빨리 ‘반도체 주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반면, 디스플레이 업계와 관계되는 법안이 다수 발의 됐으나 당장 처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여러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지만, 논의 대상에서는 밀려 있다. 이마저도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관련 내용보다는 핵심 기술 유출 방지와 주 52시간 근무 대상에서 특정 산업군을 제외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AI 시대와 미국 대선으로 인해 반도체에 온 관심이 쏠려 있고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 업계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디스플레이 시장은 그 정도의 규모도 아니기 때문에 급하게 논의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에 비해 그 비중이 작다. 11월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22.1%)와 디스플레이(2.6%) 비중은 큰 차이를 보인다. 반도체 수출액의 12% 수준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선박의 59.1%, 가전의 442.1%에 달한다.

2021년 기준 국내 총생산(GDP)의 4.3%를 차지했고, 2022년 기준 수출 3.1%와 시설투자 12.4%를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과 약 1290개 중소·중견기업이 약 8만7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산업 중 하나다.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대규 순천향대학교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AI 시장이 확대하며 반도체 분야가 미래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이 반도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반면, 미국에는 디스플레이 경쟁 업체가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정책도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간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분위기는 한가하지 않다.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과 경쟁으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액정표시장치(LCD) 분야 주도권은 중국에 넘어갔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프리미엄 패널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언제 빼앗길지 알 수 없다.

9월 일본 니온게이자이신문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OLED는 D램 반도체, 낸드플래시 반도체, 초박형 TV와 함께 한국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4개 품목 중 하나다.

▲2020년 7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패널공장 양산출하식에서 정호영(왼쪽에서 네번째)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중국경영관리담당 이동은 상무, 경영지원그룹장 양재훈 부사장, LGDCO법인장 박유석 상무, CEO 정호영 사장, CPO 신상문 부사장, 위친장(于江)중방부총경리, 이후각 CO패널 공장장, 전략담당 송영권 전무. (사진-LG디스플레이)
▲2020년 7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패널공장 양산출하식에서 정호영(왼쪽에서 네번째)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중국경영관리담당 이동은 상무, 경영지원그룹장 양재훈 부사장, LGDCO법인장 박유석 상무, CEO 정호영 사장, CPO 신상문 부사장, 위친장(于江)중방부총경리, 이후각 CO패널 공장장, 전략담당 송영권 전무. (사진-LG디스플레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에서 OLED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LCD 생산량을 늘려가자, 우리나라 기업들은 2019년부터 고부가가치인 OLED 중심의 사업 구조로 전환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73.7%, 중국이 8.3%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은 괜찮지만 언제 추격 당할지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싸움은 쉽지 않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8.6세대 정보통신(IT)용 OLED 패널을 2025년 말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얼마 안 가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 BOE도 IT용 8.6세대 OLED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규모는 630억 위안(약 12조1130억 원)이다. 비전옥스도 정부 지원을 업고 8.6세대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티엔마, CSOT도 OLED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나선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8.6세대 OLED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며 “최근 금리도 좋지 못해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어떤 정부 정책이든 추진되면 국내 기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 모델이 차량용 '48인치 필러투필러 LTPS LCD'와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로 구성된 디지털 콕핏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사진은 LG디스플레이 모델이 차량용 '48인치 필러투필러 LTPS LCD'와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로 구성된 디지털 콕핏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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