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경쟁 우려" 당국 규제 영향도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금융당국으로부터 회계 가이드라인이 내려오면서 ‘알짜보험’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 틈을 노려 판매 종료 전 ‘막차타기’ 가입을 유도하는 ‘절판 마케팅’이 횡행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이날부터 환급률을 하향 조정했다. 하나생명도 같은 날 7, 10년 납 종신보장 상품을 단종했다. 이후 보험사들은 4월 개정까지 순차적으로 환급률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판매된 5·7년 납 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환급률은 40세 남성 기준 124%였다. 5~7년에 걸쳐 보험료를 100원 내면 10년 뒤 124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지난달 기준 5년 납 상품 가운데 iM라이프 ‘당당한인생(124.7%)’이, 7년 납 상품 중에는 푸본현대생명 ‘MAX’·ABL생명의 ‘더(THE)드림’(124.8%)이 가장 높았다. 10년 납 종신보험의 경우 동양생명의 ‘알뜰플러스’가 15년 시점에 135.2%로 가장 높은 환급률을 기록했다.
보험사들이 알짜보험에 대해 조정에 나선 것은 두 달 연속 내린 기준금리로 보험사들의 자본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상품 역마진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 고금리를 앞세워 판매된 상품들은 보험사들에게 이차역마진을 안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해지율을 30% 이상으로 설정하라고 요구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기준대로 해지율이 높아지면, 미래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해지환급금이 많아져 책임준비금을 지금보다 더 쌓아야 한다.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는 금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과 과열경쟁 우려로 인해 보험사들이 인기 상품들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영인정기보험은 최근 개인사업자에 대한 판매가 중단됐다. 일명 ‘최고경영자(CEO)보험’으로 불리는 이 상품은 CEO 사망 등 갑작스러운 유고 상황에 대비하는 보험이다.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즉시 판매 중단을 요구하며 암 주요 치료비, 2대 질환 주요치료비, 상해질병치료지원금 등을 보장하는 보험이 지난달 22일 판매가 종료됐다.
금융당국이 당일 판매 종료 등 강경 조치에 나선 것은 보험사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과도한 보장의 상품들이 등장하며 불완전판매나 건전성 악화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통제가 반드시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좋은 상품이 점점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변질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급작스러운 판매 중지나 보장 변경 권고로 인해 가입 시점에 따라 보장이 줄어들거나 보험료가 더 높은 상품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상품을 검토하고 비교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가입하다 보니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간 경쟁으로 좋은 보장의 상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었는데 당국의 통제로 고객은 가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보험사는 판매하고 싶어도 팔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며 “당국의 무리한 규제로 인해 상품 제작과 판매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