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대출 등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라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민자가 주류를 이루는 미국에서는 외국인도 금융거래 이력을 쉽게 쌓을 수 있다. 그만큼 외국인의 금융서비스 진입장벽도 낮다. 한국의 외국인 대상 신용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1인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외국인이 국내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소득을 증빙하거나 일부 비자를 취득한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카드사에서는 대기업, 공무원 재직자이거나 국내 가맹점주여야 하며, 이외에는 근로소득자 직장건강보험료 7만5000원 이상을 3개월 이상 내거나 급여통장에 월 2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3개월 이상 받은 외국인의 경우 신용카드 발급이 진행된다.
이는 외국인 대상 신용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은 신용 평가가 어렵다 보니 소득과 남은 체류 기간 등을 면밀히 심사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일정 이상의 소득 요건이 증빙돼야만 발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신용 이력이 없고, 소득 증빙이 어렵더라도 사용자가 담보금을 제공하고 해당 금액만큼의 한도를 가진 ‘담보신용카드(SCC)’를 발급받을 수 있다. 소액 한도로 SCC를 사용한 후 일정 기간 신용 점수를 적립하면 미국 신용평가 점수인 페어아이작(FICO) 점수 등이 부여되고, 이후 정식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된다.
국내에서도 외국인 대상 신용평가점수 개발 시도가 있었으나 아직 성과가 가시화하지는 않은 상태다. 신한카드 사내 벤처 ‘하이크레딧’은 2019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외국인 전용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했다. 해당 모형은 소득 추정 규모, 연체 일수 등 기존 신용도 측정 요소에 고객 생활 정보를 활용한 비금융정보를 추가해 신용도를 측정한다.
다만, 해당 모형은 보조적 지표로만 활용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외국인 신용평가 모형은 대안신용평가로 봐야 한다”며 “본 지표라기보다는 기존 신용평가 지표에 더해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대안평가에 나섰다. 외국인을 포함한 ‘씬파일러’에 대안적인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통신 3사 합작법인 통신대안평가는 연내 대안신용평가 서비스 ‘이퀄(EQUAL)’을 시중은행과 신용카드사·저축은행 등 금융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