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보수 끌어안기로 대권 입지 다지기
與 향해선 감사원장 탄핵·상설특검 옥죄기
사법리스크 위기를 한 꺼풀 벗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 끌어안기에 나섰다. 내분이 지속되는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보수와의 접점을 늘리며 외연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내일(1일) 경북도청을 찾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면담을 진행하고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한다. 이튿날인 2일에는 민주당 대구광역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한다.
이 대표가 보수의 대표 텃밭이라고 불리는 TK 지역을 찾는 건 외연확장 행보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최근 두 번의 사법리스크 고비를 지나 기사회생한 이 대표가 다시 대권주자 입지 굳히기에 들어갔단 해석이다.
당초 11월은 이 대표에게 ‘운명의 달’로 여겨졌다.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약 일주일 간격으로 연달아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1심 선고에서 ‘의원직 박탈형’이란 예상 밖 중형을 받으면서 정치적 치명타를 입는 듯했지만, 뒤이은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이 대표가 다시 외연확장 및 민생 행보에 나선 건 사법리스크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냈단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명(비이재명) 및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이 차기 대권 경쟁에 선뜻 뛰어들고 있지 않은 점도 영향을 끼쳤단 해석이다.
다만 이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3심 말고도, 3개의 재판(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대북송금, 법인카드 유용)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와 관련해서도 국민 여론은 ‘잘된 판결’과 ‘잘못된 판결’ 사이 의견이 비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잘됐다는 의견은 41%, 잘못됐다는 의견은 39%다.(무작위 추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와는 별개로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와 외연확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그는 최태원 SK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재계 인사를 잇따라 만나거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보수 원로 인사와 자주 의견을 나눠왔다.
원내 차원에선 대여 공세에 집중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을 비롯해 검사 탄핵, 상설특검, 채 해병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며 정부여당 옥죄기에 이미 돌입했다. 최재해 원장 탄핵안은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 4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